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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8.11.18 흔적
  3. 2018.11.17 세계가 깨진 날
  4. 2018.11.15 첫사랑
  5. 2018.11.12 여행의 준비
  6. 2018.11.09 고래몬
  7. 2018.11.07 귀가
  8. 2018.11.04 상처

나는 내가,

2018. 11. 21. 01:54 from others/Otohara Ruka


https://youtu.be/gOVLyLuALGc






 귀에 울리던 환청이 뭔지 이제 알겠다. 

 이건....... 얼음이 깨지는 소리야. 

 내가 서 있던 얼음이 천천히 깨지는 소리. 



 이제는 소년의 귀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루 종일 소년을 괴롭히던 울림은 완전히 종적을 감추었다. 도리어 물 속에 들어온 듯 몹시도 고요해서, 루카는 멍하니 눈만 깜박였다. 울어도 보이지 않을 바다 속에 잠겨서 숨을 뱉고 있는 것 같았다. 폐에 물이 가득 찬 듯 괴로웠다. 호흡 하나하나가 끔찍했다. 네가 죽는 순간 뭔가가 부서졌다. 완전히 깨져서 나는 가라앉았지. 다 깨졌으니까 더 이상 소리가 들리지 않는 거야. 내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 건지, 전혀 모르겠어...... 소년이 몸을 둥글게 말았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품에 안고 있는 알만이 소년의 작은 위안이었다. 


 거짓말쟁이. 우리는 수많은 약속을 했잖아. 어떻게 그걸 이렇게 단 한 번에 저버릴 수가 있어.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소년의 원망은 단편적이고 가냘프게 흩날렸다. 소중한 선배들은 분노해주었고, 디지바이스와 문장에 빛을 새겨넣었고, 그렇게 한 점의 데이터도 상처입지 않고 고래몬은 작은 알이 되어 루카의 품으로 돌아왔다.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그래. 네가 죽었음에도 다시 돌아와 주었다는 일은 기적임을 알았다. 차라리 무사한 그들은 축복에 가깝지 않을까. 그런데, 알지만.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명한 이성과 어리석은 감성은 전혀 다른 말을 내뱉었다. 괴로워, 너무 힘들어. 

 나 너무 힘들어......


 나는, 차라리. 루카는 힘겨운 말을 뱉었다. 소년이 고개를 처박고 얼굴을 감췄다. 알 속에서 쿨쿨 자고 있을 너도, 세 객실이나 떨어진 곳에 있을 선배들도 아무도 듣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속에 가까스로 꺼내놓은 아이의 날것이었다. 


"나는 차라리, 내가 죽었으면 좋겠어......"


 하도 울어 불그스름하게 짓눌린 눈가를 다시 한 번 닦아내며 루카가 알을 끌어안았다. 알은 소년의 말을 듣는지 아닌지 모르게 침묵만 지키고 있었다. 평소와 다른 파트너를 품에 안고 루카는 숨겨 두었던 말을 한참을 더 쏟아내었다. 


"내가, 나는. 나는...... 내 존재는. 작은 누나한테 결국 난 짐이었고, 상처였고. 끝내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하는 나는 비겁해서. 모두 힘들게만 하고. 지금도, 성장했다고 생각했지만, 난 어리석고 멍청하고 약하고 아무것도 못 하는 어린애여서. 결국 다시 형이랑 누나들을 힘들게만 만들고. 나는, 나는."


 나는 내가, 너무 싫어. 소년이 독을 토해내는 것처럼 말을 뱉었다. 눈물이 떨어져 알을 적셨다. 소맷자락으로 고집스럽게 알을 닦아내며 루카는 끊임없이 울었다. 널 죽게 만든 내가 싫어. 결국 선배들한테 힘든 모습을 보여준 내가 싫어. 안 그래도 다들 힘든 거 아는데, 괜히 내 존재가 마음쓰게 만들어서. 그런 내가, 나는. 너무, 너무, 너무 싫어......


"네가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


 울어도 봐 줘, 용서해 줘. 얼른 다시 태어나서 나를 봐 줘. 같이 있어 줘. 나는 더 이상 울지 않고 강해지겠다고 6년 전에 약속했는데, 하지만 이건 반칙이잖아. 오늘만 울면 앞으로 또 안 울 거야. 내가 울어봤자 뭐 달라지는 게 있다고. 기운만 뺀다는 거 나도 알아. 제대로 웃을 거야. 사실 뭐가 그렇게 힘들어. 너는 다시 돌아올 거고, 나는 다친 곳도 하나도 없고. 사실 6년 전의 이별이랑 뭐가 그렇게 달라.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바로 여기 있잖아. 그런데, 그러니까. 힘들면 안 되는 거잖아. 그렇지? 그렇지, 크랩몬?


"그런 거지? 지금 힘들어하는 나는 비겁해. 그렇지?"


 알에서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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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빛_ :

흔적

2018. 11. 18. 22:52 from others/Otohara Ruka





 크고 둥그런 녹빛 눈이 제 파트너를 샅샅히 살폈다. 디지털 세계로 넘어온 뒤로 크랩몬은 내내 루카를 신경쓰고 있었다. 어딘지 이상한 건 확실한데, 정확히 어디가 이상한지 꼬집어낼 수가 없었다. 인간과 디지몬의 차이 때문인지, 아니면 아이가 소년으로 성장하는 시간의 공백 탓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루카는 지금 분명 이상했다. 크랩몬의 녹색 눈동자가 슬프게 가라앉았다. 상냥하고 다정한 성정의 소년이 이곳으로 넘어오면서 얼마나 충격을 받았을 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마린엔젤몬의 죽음도, 황폐해진 디지털 월드도 모두 소년에게는 상처일 터였다. 

 본래라면, 그러니까...... 상황이 조금만 더 평화로웠다면 소년은 그것을 천천히 치유하고 나아갈 수 있을 정도로 강인했다. 부러지지 않는 정신력과 견고한 마음은 소년을 강하게 만들었다. 다만 지금은 아니었다. 힘든 일만 겹쳐서 일어나고 그것을 치료할 시간과 조건은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 홀로 나앉은 소년은 제 상처 하나 핥지 못하고 주변만 살피고 있었다. 


"루카, 뺨이 조금 붉은 것 같은데......"
"그래? 음...... 괜찮은데."


 크랩몬의 속삭임에 루카가 제 이마에 손등을 얹었다가 때며 웃었다. 미소는 언제나와 같이 평온했지만 크랩몬은 마음 한구석을 선득하게 만드는 불안을 차마 떨치지 못했다. 소년은 시선을 돌려 황폐한 디지털 월드를 멍하니 둘러보았다. 그 시선이 일견 비어 있는 것처럼 보여서, 크랩몬은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영리한 소년은 모든 계산을 끝마친 상태였다. 크랩몬이 돌핀몬이나 고래몬으로 진화하지 않는 이상, 강철의 껍질을 가진 크랩몬은 루카의 체온을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는 계산. 이마에 손등이 닿은 순간 알았다. 약하게 열이 나고 있었다. 하기야 여기 온 직후부터 계속 머리가 아팠으니. 얇은 옷차림과 추운 날씨 탓도 아예 없진 않겠지만, 모든 원인은 스트레스였다. 제대로 잠들지 못하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두통은 뇌를 갉아먹는 것처럼 조금씩 이어졌다. 젤리로 허기를 채우고 진통제를 씹어 삼키는 것은 거의 몇 시간 간격. 소년의 몸은 슬슬 한계에 다가가고 있었지만 무엇보다 심각한 건 정신이었다. 

 잠들지 못하는 건 예전부터 그랬고, 먹지 못하기 시작한 건 아사쿠사에 도착한 뒤부터 그랬었다. 둘 다 익숙했기에 충분히 다스리면서 조금씩 호전시킬 수 있었다. 허나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여럿이 있었는데, 첫째로 소년의 눈앞에서 죽어버린 마린엔젤몬. 마음을 주었던 좋아하는 벗의 죽음이었고 또 하나는 이 황폐해진 디지털 월드의 모습이었다. 이곳을 사랑했던 마음, 이곳의 디지몬들이 소중했던 마음이 전부 찢겨 내려앉았다. 그 동안 할 수 있던 일이 없었다는 무력감, 숨이 막히는 슬픔, 괴로움, 안타까움...... 애정이 칼날이 되어 폐부를 찔렀다. 결정적으로 소년의 주변에 사람이 너무 많았다. 그것도 소년이 좋아하는 사람들이, 너무. 


 소년은 휴식을 취할 때 철저하게 개인적인 공간이 필요한 사람이었다. 타인에게 완벽한 모습만 보여주고 싶다는 강박이 존재했으니 당연히 쉬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리도 없었다. 가장 어린 소년을 누구나 신경써 준다는 말은, 소년은 한 번도 쉬지 못하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와 동일하게 사용되었으니. 소년이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곳이 아무 데도 없었다. 남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첨예하게 날을 세우고 소년을 찌르고 있었다.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는 마음과 힘든 건 저 하나가 아니라는 마음으로 크랩몬이나 하토라에게 의지하지도 않았으니 소년의 정신은 슬슬 한계였다. 

 피곤해...... 머리가 아파. 그림처럼 고운 얼굴로 소년은 옅게 피로를 드러냈다가 감췄다. 내색하지 않는 법. 루카가 6년 사이에 가장 완벽하게 익혀 온 것은 바로 그것이었으니. 


"크랩몬, 조금만 더 둘러보고 돌아가자. 저 쪽은...... 우리가 축제 때 놀았던 곳 같은데. 저기만 보고 갈까?"

"응......."


 크랩몬의 집게발을 붙잡으며 소년이 미소지었다. 늘 그렇듯 평온한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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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빛_ :

세계가 깨진 날

2018. 11. 17. 03:33 from others/Otohara Ruka




"있지 루카. 루카는 집에 안 가?"
"응?"
"바로 저기 있는 걸."


  크랩몬의 집게가 천장을 가리켰다. 확실히 소년의 집은 이 신사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신사에 서면 지붕 끄트머리가 보일 정도였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카는 제 집 근처를 맴돌기만 할 뿐 집에 한 발자국도 들어서지 않았다. 도리어 피하듯 그 주변만 서성였다. 크랩몬은 그런 루카를 꽤 흥미롭게 응시하고 있었다. 제 오랜 벗은 분명 인간의 시간으로 6년 전까지만 해도 뭘 하든 누나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꺼내던, 가족을 더없이 사랑하던 소년이었다. 그리고 그 사랑은 분명 퇴색되지 않았다. 집을 응시하는 루카의 눈은 여전히 다정했다. 집을 맴도는 이유도 알았다. 혹시 입구에서 빠져나온 디지몬이 집을 습격하지 않을까, 제 소중한 가족들이 다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여 집에 들어가지는 못하는 주제에 그저 주변을 맴돌고 있는 것이었다. 이 문 앞에서 떠나지 않는 건 입구 앞에 서 있는 이상 다른 디지몬이 집을 공격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얻었기 때문일 터이고.

 소년의 희고 푸른 눈동자를 가만 응시하는 파트너의 시선에, 루카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음. 곤란한 듯 목소리를 흘린 루카가 작게 웃었다. 


"알고 싶어?"

"응."

"그럼 크랩몬한테는 얘기해 줄까?"


 이리 와. 루카가 자리에 앉아 팔을 뻗자 크랩몬은 망설임없이 소년의 품에 쏙 들어와 자리잡았다. 크랩몬의 집게발을 겨우 끌어안던 작은 아이는 이제 크랩몬을 통째로 안을 수 있을 정도로 자라 있었다. 제 디지몬을 품에 끌어안은 소년이 문 앞에서 자리를 비켜 구석에 틀어박혔다. 어둠 속에 슬쩍 숨어서 타인의 눈에 닿지 않을 정도로. 꽤 요령좋은 은신이었다. 이곳에 남은 사람은 대부분 잠에 빠졌고, 누구도 이 쪽을 보지 않고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까지 꼼꼼하게 확인한 뒤에야 루카는 작게, 조근조근 말을 시작했다. 


"우리 가족들 얘기 해준 거 기억 나, 크랩몬?"

"응. 아즈사랑 히오리랑. 아빠랑 엄마랑 할아버지."

"정답. 그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히오리! 그리고 할아버지랑 아즈사랑 엄마랑 아빠."


 그것도 정답. 크랩몬이 언급한 순서는 8살의 루카의 세상을 이루는 사람들이 소중한 정도였다. 제일 나이터울 적은 누이가 제일 중했고, 늘 저를 챙기고 사랑하던 할아버지도 그 못지 않게 중했다. 여덟 살 더 연상의 큰 누나도 좋아했고 엄마도 좋아했고. 아빠는, 음. 글쎄...... 아비가 막내아들에게 관심가지는 딱 그 정도만 소중했다. 어린 루카는 지금보다 더 칼 같은 면이 있었으니까. 여하튼 루카에게 있어서 가족은 거의 전부나 다름없었고, 크랩몬과 다른 선택받은 아이들과 만난 뒤에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았었다. 누나들 정말 좋아. 할아버지 너무 좋아. 소년의 입에 진작부터 붙어 있던 말이었다. 소년의 세상의 대부분은 가족을 향한 사랑과 그로 인해 돌려받는 사랑으로 견고하게 이루어져 있었다. 

 관계가 삐걱이던 것은, 아직 어린 소년만이 자각하지 못하고 있을 뿐 성장 내내 있어 왔던 일이었다. 그게 펑 하고 터진 건 초등학교의 학년이 막 바뀌어가던 5학년. 소년이 열 두 살. 루카의 누이가 고등학교에 진학할 준비를 하던 시기였다. 누이가 가고 싶어하는 학교와 집안이 원하던 학교가 달랐던 것. 사소한 원인은 그것이었다.


"할아버지랑 집안 어른들은 누나가 집 근처의 평범한 학교로 가서 공부하다가 좋은 사람이랑 결혼하는 걸 원했는데, 누나는 그걸 엄청 싫어했어. 덕분에 크게 싸움이 났지."

"싸움?"
"나는 그 때 아직 어려서, 다들 있는 방에도 못 들어가고 밖에서 엿듣고 있던 수준이었지만......"


 가끔은 꿈에서도 나오는 그 시기가 눈앞에 선연했다. 늘 상냥했던 누이의 목소리가 문밖을 넘은 것을 소년은 그 때 처음 들었었다. 어째서 루카만! 창호지를 뚫고 들리는 울음기 섞인 목소리에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나도 알아요! 루카는 천재죠! 루카만큼 머리 좋은 아이를 본 적이 없어요! 공부도! 운동도! 재능있는 아이니까! 착하고 상냥하고. 심지어 남자아이기까지 하니까 뭐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나도 할 수 있단 말이에요! 어째서 루카만... 어째서!

 몸이 얼어붙은 것처럼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 슬픈 목소리에 담긴 원망이 고스란히 날아와 몸에 박히는 것 같았으니까. 차라리 자리를 피했으면 좋았을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얼어 있던 루카는 결국 문을 열고 나오는 제 누이와 시선이 그대로 마주쳤다. 


"그 때 누나가 날 보는 눈을 보고 깨달았어. 더 이상 나는 누나의 제일 사랑하는 동생으로 있을 수 없구나...... 누나는 나를 여전히 좋아하지만, 그만큼 내가 원망스럽고 싫은 거구나."

"어째서? 루카가 잘못한 건 없잖아."

"직접적으로 내가 잘못한 건 없을 지도 모르겠지만,"


 누군가에 대한 감정이 꼭 직접적인 무언가가 없어도 변할 수 있는 거잖아. 소년이 작게 속삭였다. 크랩몬은 엷게 미간을 좁혔다. 크랩몬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감정이었다. 


"잘 모르겠어, 루카."

"음~ 하긴. 크랩몬이 알기에는 조금 힘드려나. 그냥 그런 일이 있어서 누나랑 사이가 좀 안 좋아졌어. 내가 누나 편만 드니까 서운하셨는지 할아버지도 나한테 화가 좀 나셨고. 하지만 할아버지랑 누나 사이가 제일 최악이지...... 집 분위기도 많이 어두워졌고. 아니, 최악은 둘 다 너무 좋아해서 어떻게 해야 할 지 갈피도 못 잡는 나려나. 아무튼 그래서 집에 들어가는 게 껄끄러워."

"그래서 하토라네 집에서 자주 머물렀던 거구나."

"응. 하토라 형한테는 그 때부터 신세지고 있었으니까."


소년이 크랩몬에게 머리를 기댔다. 누이의 그 시선. 슬픔과 원망과 미움. 그 순간만큼은 애정 한 톨 찾아볼 수 없던 눈. 처음 보는 그 시선에 사랑으로 가득 차 단단하던 소년의 세계는 안쪽부터 깨져서 완전히 박살이 났었다. 산산조각난 소년이 도망치듯 집에서 나와버린 것은 예정된 절차였다. 조금이라도 더 오래 그곳에 서 있을 수가 없었다. 나와봤자 갈 곳이라고는 없었지만. 


"갈 곳, 없었어?"
"없었지. 호타루 형은 저 멀리 교토에 있었고, 이다 누나는...... '누나'는, 무서웠어."


 연상의 누이에게 상처받고 세계가 부서진 상태의 소년에게 있어서 또다른 누이와 만난다는 것은 일종의 공포였다. 한 번 더 거절당하면...... 하나의 트라우마에 가까웠다. 그럴 리 없다는 말은 무용했다. 히오리에게 그런 감정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루카에게 있어서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있을 수 없는 일이었었으니. 지금까지도 그 감정은 색을 바꾸고 범위를 넓혀 견고하게 소년의 안에 자리잡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완벽하고 반듯한 모습은 그 일환이나 다름없었다. 


"집을 알고 있는 다른 사람이 하토라 형밖에 없어서 찾아갔었어. 생각해 보면 진짜 민폐였겠다. 아무튼 형은 사람이 너무 좋아서 탈이야......"

 나 좀 주워 줘, 하토라 형. 울고 있던 주제에 무표정하게 부탁해오는 어린 애를 보며 상대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루카는 아직도 잘 몰랐다. 어쨌든 하토라는 루카를 주워서 챙겨 줬고, 루카는 얌전히 챙김받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하토라 집을 오가는 생활을 반복. 지금에 이르면서 지금 같은 모습을 할 수 있었던 건 다른 형누나들의 도움이 컸다. 지금까지도 형이나 누나라고 부르고 있던 사람들. 기억 속의 소중했던 선배들...... 소년이 사랑하는 사람들. 새 세계를 재구축하는 데에 사용된 마음들. 


"이젠 독립할 준비를 하고 있지만."


 계속 신세질 수는 없으니까. 깔끔하게 웃는 얼굴은 사랑스러웠지만, 크랩몬은 영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나는 계속 루카 옆에 있을 거야? 그럼, 물론이지. 크랩몬이 날 어디든지 데려다 줄 수 있다고 말했잖아. 계속 같이 있어 줘. 크랩몬은 소년의 솔직한 말을 듣고 나서야 조금 안심했다. 응. 


"워터 젤리만 먹고 있으면서."

"그건 좀 봐 줘. 그게 제일 먹기 편하단 말이야."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으응... 여긴 사람이 너무 많은 걸."

"아무튼 루카는 내가 없으면 안 돼!"
"그건 아니지만...... 아냐, 그렇네. 응. 크랩몬이 없으면 안 돼."


 그럼 날 조금만 가려 줘...... 조금만 잘게, 크랩몬...... 소년의 디지바이스가 작게 빛남과 동시에 작은 디지몬은 큼직한 돌고래가 되었다. 제 파트너를 충분히 가려줄 수 있을 정도로 큼지막한 디지몬으로. 파트너가 제게 뺨을 부벼도 흰 얼굴에 상처를 내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운 몸체로. 돌핀몬은 아직 루카가 다 이야기해주지 않은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더 자세한 것은 숨겨 두기로 마음먹었다. 내일이면 디지털 월드로 떠나고, 그곳은 분명 아주 위험할 테니까. 

 그러니까 루카, 더 많은 얘기는 돌아와서 하자. 같이 여행을 하면서 하는 거야. 돌핀몬이 파트너에게 작게 뺨을 대었다. 아주 작게 숨을 뱉는 파트너의 온기는, 6년 전과 다를 바 없이 여전히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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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빛_ :

첫사랑

2018. 11. 15.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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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준비

2018. 11. 12. 03:13 from others/Otohara Ruka



[야, 루카. 니 지금 뭐랬냐? 여행?]

"응, 여행."


 루카가 느긋하게 미소지었다. 길 가는 사람도 돌아볼 정도로 섬세하게 생긴 아름다운 소년의 미소였지만, 상대 소년을 응시하는 시선에 어이없음이 낭낭하게 섞여 있었다. 루카는 제 오랜 친구의 속 터짐을 너그럽게 받아 주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만나 친구가 된 화면 너머의 소년은 지금 오키나와까지 함께 학교를 다니고 있는 좋은 벗이었다. 물론 저 좋은 벗의 입버릇은 너새끼랑 친구가 되는 게 아니었는데, 하는 한탄이었지만. 루카는 친구의 속터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좋은 능력까지 있었다. 


["내가 미쳤다 미쳤다 하니까 진짜 이 자식이 좀 메롱해졌네. 여전히 머리는 잘 굴러가냐?"]
"응. 딱히 이상해진 곳은 없어."

["그럼 내가 다음에 할 말이 뭔지 예측은 가겠지."]

"아마도 '니 정신상태로 여행은 무슨 여행이야. 가지 마!' 대충 그 정도?"
["정확하다, 이 말뼈다귀 같은 놈아!"]


 여행은 무슨 여행이야, 남 있으면 제대로 잠도 못 쳐자는 놈이! 당장 약먹고 병원이나 꼬박꼬박 다녀! 잠깐, 여행도 혼자 다니는 거 아니지! 혼자면 여행까지 할 리가 없지! 누구랑 가는데! 진짜 수면부족으로 쓰러질거냐, 임마!

 

 아이고야. 루카가 귀를 슬쩍 막으며 웃음을 흘렸다. 긴장감이라고는 한 톨도 없는 미소였다. 세이슈는 걱정이 너무 많아. 도리어 느긋하게 이어지는 말에 화면 너머 오키나와의 소년은 진짜로 뒷목을 잡고 싶어졌다. 아, 과거의 나여. 대체 왜 오토하라 루카 이 웬수랑 친구가 됐냐. 저 얼굴이랑 영리해보이는 행동에 속았어 속았어. 대형 사기를 당했다고. 


["야. 나 진심이거든? 상태 호전된 거면 제깍 보고해라."]

"미안, 호전은 안 됐어. 그냥 현상 유지야."

["여전히 수면제랑 진통제 먹고 나서야 겨우 잔다 이거겠네. 너 솔직히 말해. 진통제 먹는 숫자 늘렸지."]

"세이슈, 돗자리 깔아도 되겠다."

["네놈을 너무 오래 알았다는 뜻이거든! 좀 예측 좀 벗어나라 이 답답아!"]


 노트북 너머의 세이슈는 단단히 화가 난 표정이었다. 루카는 조용히 뺨을 긁적였다. 낮도 밤도 선배들과 함께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진통제 양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 통증은 기분 좋다고 사라져주지 않았으니 별 수 없는 선택이었다. 아픈 티를 내고 다닐 수는 없잖아. 루카는 뻔뻔하게 그리 말했고, 세이슈는 다시 한 번 천불을 삼켰다. 아무튼 저 녀석이 친구가 아니라 웬수지. 세이슈는 천 번도 넘게 했던 말을 또 한 번 읊조리며 화를 삭혔다. 


["여행 같이 가는 사람들 중에 너 밤에 잠 똑바로 못 자는 거 아는 사람, 밤마다 끙끙 앓는 거 아는 사람. 둘 중 하나라도 있냐?"]

"음~ 한 명?"

["아예 없진 않아 다행이다, 그래."]


 사람은 아니지만. 루카가 내심 눈을 데굴 굴렸다. 둘 다 아는 건 당연하지만 크랩몬 뿐이었다. 잠을 똑바로 못 잔다는 건 눈치 빠른 선배들이라면 상당히 알고 계실 것 같기는 하지만...... 대놓고 이야기하지는 않았으니까. 아니 굳이 알려줘서 걱정 살 짓을 왜...... 루카는 너무도 당연하게 그리 생각했다. 객관적으로 소년은 선배들에게 꽤나 귀여움받고 있었으니, 괜히 걱정 살 일을 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누구에게 먼저 아프다 털어놓는 성정도 아니었으니 더더욱 그랬다. 크랩몬은 하루종일 한 번도 떨어지지 않는 삶을 살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알게 된 경우였고. 그리고 파트너 디지몬은 좀 특별했으니까. 


["그, 누구야. 너가 경계 좀 낮아지는 사람들 있다며. 잠 잘때 곁에 와도 괜찮은 사람들. 그 사람들도 같이 가냐?"]

"응. 둘 다 같이 가."

["으, 열라 짜증나지만 너 내가 말리든 말든 한귀로 흘려버리고 그냥 갈 거지?"]

"뭘 물어, 괜히 기분만 상하게."

["그러게. 진짜 괜히 물었네. 한 대 때려주고 싶다."]


 당장 오키나와로 돌아와, 짜샤. 불쾌하다는 기색을 숨기지 않는 친구를 보며 루카는 웃음을 삼켰다. 순하기 짝이 없는 얼굴로 헤실거리는 루카를 보며 세이슈는 팔짱을 꼈다. 자기 약한 모습은 죽었다 깨어나도 안 보여주려는 고집불통이니 여기서 저가 말 더 얹어봐야 잔소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세이슈조차도 루카의 약한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기숙사도 1인실을 쓰는 녀석에, 기척은 또 더럽게 민감하고 옅게 잠들어서 사람이 다가오기만 하면 벌떡벌떡 눈을 떴다. 그런 놈이 다른 사람이랑 같이 여행을 가......? 잠깐만. 세이슈의 시선이 일순 가느다래졌다. 


["야, 루카. 너 최근 일주일동안 몇 시간 잤어."]

"어? 어...... 음......"


 루카가 무심코 손가락을 헤아렸다. 하나, 둘...... 손가락은 열 손가락을 아슬아슬하게 채우고 한 손가락을 넘길까 말까 멈췄다. 열 시가안? 화면 너머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날카로워졌다. 


["이 새끼 진통제만 먹고 수면제 잘 안 먹는구만?!"]

"세이슈, 그럼 여행 다녀와서 보자. 또 연락할게. 금방 할게."

["야, 잠깐만! 야! 오토하라 루카! 이 새,"]


 뚝. 루카는 망설임없이 화상통화를 끊고 노트북을 덮어버렸다. 가방에 노트북을 넣은 루카는 짐을 헤아렸다. 병원 가서 약 더 받아왔고, 물이랑 건량이랑 초콜릿 여러 개에다가... 필요한 건 노트북 있으니까 이거 쓰면 되고, 전기는 베타몬이 도와준댔으니까 괜찮고. 붕대 같은 것도 더 챙길까? 소년이 느긋하게 고개를 기울였다. 여전히 평온한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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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빛_ :

고래몬

2018. 11. 9. 02:22 from others/Otohara Ruka



 곧장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오다이바의 바다에 자리잡고 앉은 루카는 꼼꼼하게 디지바이스를 살폈다. 크랩몬은 바다 속에 반쯤 잠긴 채로 둥실둥실 떠서 루카의 주변을 맴도는 중이었다. 소년이 보고 있는 것은 디지바이스의 도감 정보였다. 특히 이번에 진화하게 되면서 자신의 파트너의 정보가 세 개체로 늘었으니까. 백 번도 넘게 읽었던 크랩몬과 돌핀몬의 데이터를 넘기고 새롭게 입력된 고래몬의 데이터에서 차마 눈을 떼지 못하며, 소년이 다시 한 번 글을 읽어내렸다. 


 고래몬. 완전체. 수서형. 백신종. 넷의 심해에 서식하는 거체 디지몬. 그 거대함은 디지털 월드 최대 클래스. 그 거대함으로, 통상의 컴퓨터로는 처리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한 데이터량을 가지고 있다. 필살기는 거대한 해일을 일으켜 모든 것을 파괴하는 [타이들 웨이브]. 거대한 몸으로 적을 짓누르는 [기간토 프레스].


"그리고 분사구에서 물을 뿜는 제트 에로우랑 입에 적을 끼우는 쿠치 데 하사무 코우게키......?"
"제트 에로우는 종종 쓰지만, 뒤에 꺼는 안 써~. 쓰는 고래몬도 있겟지만!"

"그래?"


 진화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잘 아네, 크랩몬. 음, 본능 같은 거니까? 그래? 그나저나 이제 물 쓸 수 있네. 돌핀몬 때는 못 썼는데. 그러게! 다행이지! 불이 나도 끌 수 있다! 응. 멋있다. 


"그나저나 루카, 돌아가지 않을 거야? 슈이치네 집은 안 간다고 했으니까, 시부야의 집으로 돌아가야지."

"거기 우리 집 아닌데......"
"루카가 집을 그 쪽으로 여기고 있으니까, 거기가 집이야."


 하토라 형, 미안..... 루카는 내적 사과를 건내며 크랩몬을 두어 번 쓰다듬었다. 최초로 완전체의 진화에 도달한 크랩몬은 유독 기분이 좋아 보였다. 제 파트너의 기쁨에 루카 역시도 은근하게 기분이 들뜬 상태였다. 마린데블몬의 일은 여전히 모래처럼 껄끄러웠지만, 정 많은 성격은 잠시 덮고 칼 같은 이성으로 몇 번이고 제단해보면 마린데블몬은 이곳에서 소멸하는 게 나았었다. 소년은 감정의 주장을 의식적으로 무시하고 있었다. 


"신이 나 보여, 크랩몬."

"그야, 크게 진화했는걸! 마린데블몬으로 진화하지도 않았고."

"그건 나도 좋지만. 어렸을 때 했던 말인데 아직 기억하네?"
"응. 나도 크게 진화하고 싶었는 걸."


 이제 완전체로 진화하면, 바다를 통해서 루카랑 같이 어디까지도 갈 수 있어. 내가 헤엄칠 수 있으니까. 내가 루카를 어디든지 데려다줄게! 우리 같이 있으면, 분명 갈 수 있어. 


소년의 눈이 둥글게 떠졌다. 차마 곧장 부드럽게 휘어지지 못하고 침묵하는 루카를 응시하며, 배시시 미소지은 크랩몬이 작게 몸을 부벼왔다. 루카, 정말 좋아해. 정말 좋아. 정답게 애교를 피워 오는 크랩몬을 무의식적으로 쓰다듬어주며, 루카가 입을 꾹 다물었다. 무언가 언어를 뱉으려다가 차마 완성하지 못하고 그대로 다물어진 입 안에서는 이상한 말만 새어나왔다. 


"......크랩몬 바보. 리얼 월드에서는 어디든지 못 가. 비자나 여권 없이 타국으로 가면 엄청난 불법이란 말이야."
"엇, 정말?! 그게 뭐야."
"정말...... 바보야."


 하지만 고마워....... 나도 크랩몬이 너무 좋아. 소년이 정답게 속삭였다. 크랩몬이 기쁘게 웃었다. 머리 위에 닿았다 떨어지는 작은 온기가 세상 누구보다도 사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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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빛_ :

귀가

2018. 11. 7. 01:13 from others/Otohara Ruka




 야근하는 경찰의 경찰차를 타고 집앞에 선 루카는 짧게 숨을 뱉었다. 오토하라 가문은 대대로 경찰직에서는 아주 유명한 앨리트 집안이었다. 현재 아버지조차도 젊은 나이에 계급으로 따지면 경시감을 가지고 있을 정도였고, 이미 은퇴했지만 고위직을 휩쓸었던 어른들도 한둘이 아니었다. 현재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자들 역시도 한둘이 아니었고. 유구한 경찰의 엘리트. 일본경찰의 기둥이라는 별칭까지 있는 번듯한 집안. 그런 집안의 본가 혈통의 유일한 외동아들은 오늘 백화점에 무단침입해서 기물파손을 하고 왔지만. 젠장맞을. 손가락 꼼지락조차 겨우 할 나이의 어린시절부터 학습된 도덕심과 정의감은 오늘도 열심히 일했다. 현실과 살짝 타협하긴 했지만.


 새벽은 고요했다. 달 뜬 모양새를 잠시 응시하던 루카는 곧 조심스럽게 집 문을 열었다. 대문은 소리없이 매끄럽게도 열렸다. 안에서 기다리는 사람이야 당연히 있겠지만. 소년은 띄엄띄엄 불이 켜진 방을 보며 속으로 숫자를 세었다. 큰 누나는 자고 있을 거고, 작은 누나 방도 불 꺼져 있네. 집에... 있으려나. 안방은 켜져 있지만 아버지 서재가 켜져 있으니 어머니만 주무실 거고. 할아버지는 이미 주무시고... 부엌이 켜져 있는 걸 보면 쇼코 아주머니는 아직 깨어 계시고. 손님방 꺼져 있는데 차임막이 걷혀져있으니까 손님은 오늘은 없나. 불 꺼진 제 방 창문을 한참 들여다보던 소년이 곧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 잠깐 살펴보는 것으로 집안 돌아가는 꼴을 적당히 파악한 소년은 별 망설임없이 서재로 향했다. 

 두 번의 노크와 동시에 안쪽에서 대답이 들렸다. 들어와라. 낮은 목소리에 루카가 잠깐 제 옷차림새를 살폈다. 오늘은 맞고 구르는 일이 없어 다친 적도 없었다. 먼지 터는 시늉을 하고 옷에 주름잡힌 곳 없다 확인을 끝마친 소년이 문을 열었다. 소년의 아버지는 퍽 고요한 얼굴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소년이 딱 서른 살만 더 먹는다면 꼭 저렇게 자라겠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외형으로. 


"저 왔어요, 아버지."

"그래. ......못 본 사이 꼴이 꽤 볼 만 하구나."

"어쩌다보니."


 소년의 얼굴 꼴은 여전히 화려했다. 소년은 덤덤히 대꾸하며 아버지의 앞에 앉았다. 반듯하게 편 자세로 멀끄러미 시선 맞대는 꼴이 퍽 당당했다. 제 아버지가 자식들 보는 눈에 단 한번도 무심함이 가신 적 없었으니, 루카 역시도 가족들에게 향하는 정 중 아버지에게 향하는 것이 제일 옅었다. 남보단 가깝지만 가족보다는 멀찍한 미묘한 간격을 유지하며 꼭 닮은 부자는 마주앉았다. 


"니지무라 댁 아들에게 계속 신세지고 있다고 들었다."

"하토라 형한테는 늘 신세지고 있죠. 참고로 이 꼴이랑 관계 없어요."

"어디서 얻어 터지거나 차라도 치인 꼴로 눈앞에 앉아 있다만. 네 나잇대 소년의 뺑소니 신고는 들어온 게 없다."

"병원도 갔고 약도 바르고 있어요."

"루카."

"전 괜찮다고 말했어요, 아버지."


 소년의 푸르스름한 눈매가 느릿하게 좁혀졌다. 더 이상 제 영역을 침범하지 말라는 신호였다. 두 부자는 서로의 영역을 적당히 존중하고 살아왔고, 그 영역을 침범할 정도의 애정은 유감스럽게도 없었다. 그렇기에 아버지는 어렵잖게 입을 다물었다. 아들이 털 세우고 괜찮다 감싸는 것을 굳이 헤집을 이유는 그에게도 없었다. 그는 손쉽게 그 다음 용무로 넘어갔다. 


"아무리 휴일이라지만, 경찰차를 멋대로 얻어타지 마라."

"그건 저도 잘못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과드리러 여기 왔고요."

"이케부쿠로 선샤인 시티에는 무슨 볼일이었지?"

"그 근처에 개인적인 볼일이 있었어요."

"요즘 본부 분위기는 충분히 흉흉하다, 루카."


 더 날카로워질 일을 만들지 마라. 덧붙여진 말에 소년은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경찰 본부가 왜 흉흉한지 모를 바는 아니었다. 디지몬의 존재. 그를 모르는 사람들 눈에 디지몬이 어떻게 비칠지도 아주 잘 알았다. 아버지의 얼굴이 조금 수척해보이는 것도 같았다. 지쳤으리라. 영리한 아들의 침묵에 아버지는 가벼이 손짓했다. 나가보라는 신호였다. 루카는 별 거리낌없이 밖으로 나섰다. 부자의 대화는 용건만 나눈 깔끔한 대화였다. 차라리 아버지와의 대화는 속이라도 시원했다. 할아버지처럼 속이 쓰리고 서러워지지는 않았으니까. 


 가방에 달린 문장을 한 번 가벼이 쥐었다가 놓은 루카는 곧 그 옆에 달린 디지바이스를 두어번 톡톡 두드렸다. 금방 돌아갈거야, 크랩몬. 작은 신호였다. 루카는 부엌으로 통하는 복도를 가로질러 불 켜진 그곳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쇼코 아주머니, 계세요?"
"어머나, 도련님! 언제 오셨어요."


 살갑게 웃는 아주머니의 얼굴에 루카의 얼굴에도 그제야 옅은 미소가 번졌다. 좀 전에요. 근데 다시 나가 볼 거에요.


"이 시간에요? 주무시고 가시지...... 아침에 만나뵈면 큰 아가씨도 좋아하실 거에요."

"아즈사 누나는 잘 지내요?"
"요즘 얼굴에 꽃이 피셨어요. 정말이지 어여쁘시답니다. 행복해보이시고요. 가끔 도련님을 찾으시기는 하시지만..."
"결혼식 일주일 전에는 꼭 들어올게요."


 미안해요, 아주머니. 아니에요, 도련님. 저는 괜찮답니다. 다정하게 덧붙여지는 목소리에 루카는 아주 잠깐 침묵했다가,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히오리 누나는......"

"작은 아가씨께서는...... 집에는 들어오셔요. 큰 아가씨나 마님과 대화하시는 것 같은데... 저는 잘 모르겠네요."

"그래요."

"도련님, 작은 아가씨는..."

"됐어요."


 괜찮아요. 소년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참잠하게 가라앉은 표정에 흰 초승달 닮은 미소만 옅게 그려져 있었다. 아주머니의 얼굴에 조금씩 슬픔의 색이 묻는 것을 보며 루카가 먼저 손을 휘저었다. 괜히 말을 꺼낸 기분이었다. 


"하토라 형 집으로 돌아갈 건데, 같이 먹을 간식거리 없을까요?"
"어제 저녁에 선물로 들어온 메론이 있는데, 달고 맛있던걸요. 아, 타르트도 있는데 이것도 가져가셔요."

"고마워요."

"니지무라 도련님께는 늘 감사하시다고 전해주셔요."


 그럴게요. 그럼 다음에 봐요, 쇼코 아주머니. 소년이 집밖으로 나섰다. 시부야의 하토라 집으로 향하는 방향은 이제 눈 감고도 짚을 수 있었기에, 양손 무겁게 들은 루카는 디지바이스를 귓가까지 가져다대고 소근거렸다. 얼른 돌아가자, 크랩몬. 돌아가면 메론 깎아줄게. 다들 나눠먹자. 맛있을 거야. 낮게 소근거리는 목소리를 들으며 디지바이스 속의 크랩몬은 눈만 껌벅였다. 못 본 사이 루카는 훌쩍 자라 있었고, 많이 변해 있었다. 루카, 오늘 소멸한 디지몬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말해주지 않을 거야? 지금의 루카는 슬퍼 보여. 내가 좀 더 자라면 루카를 더 멀리까지 데려다 줄 수 있을 텐데...... 크랩몬이 눈을 감았다. 잠시 눈을 감았다 뜨면 루카가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곳에 도착해 있을 것임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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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빛_ :

상처

2018. 11. 4. 14:08 from others/Otohara Ruka



"학생, 혹시 싸움이라도 했어요?"

"아뇨."

"그럼 차에 치여서 굴렀나요?"
"......비슷해요."


 성실한 의사 선생님은 그 이후로도 이것저것을 물어왔지만, 루카는 입을 꾹 다물었다. 허공을 노려보는 눈이 마냥 고집스러워서, 결국 먼저 꺾인 쪽은 의사 선생님이었다. 한숨을 깊게 내쉬는 선생님을 보며 루카는 그제야 가슴까지 올려놓았던 옷을 천천히 덮었다. 얼굴과 팔다리에도 작게 까지고 멍든 상처가 있었지만 사실 제일 심각한 건 몸통 쪽이었다. 가슴과 배. 크고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는 모양새는 보기만 해도 아플 정도였다. 운동을 계속해와서 소년치고는 단단한 몸뚱아리는 원래 운동하다 넘어져 생긴 상처와 더불어 퍽 얼룩덜룩했다. 


"보다시피 멍이며 타박상이 좀 심하고... 갈비뼈에 금이 안 간 게 기적이네요. 하마터면 속이 크게 다칠 뻔 했어요. 멍 상태만 봐도 알겠지만... 아마 한동안 좀 숨쉴때마다 아플 수 있고요. 속이 쓰릴 수도 있어요. 근육도 좀 놀란 상태고, 인대는 다친 곳이 없는 것 같은데... 그나마 다행이죠."

"그렇군요."
"통증이 좀 있을 거고... 다 낫는 데에 좀 오래 걸리겠지만 지금 방학이던가요? 그냥 푹 쉰다는 느낌으로 집에 있어요."

"......네."

"멍 빠지는 약이랑, 연고 받아가시고. 안정을 취하세요. 사흘 뒤에 또 한 번 오시고요."

"네."


 그럼... 루카는 짧은 목례와 함께 병원을 나섰다. 착실하게 약국으로 들어가 약도 받고, 얼굴이며 팔다리며 까지고 멍든 곳에 치덕치덕 약을 바르는 것도 잊지 않았다. 통증을 즐기는 습관 따위는 없었고 온몸이 욱신거렸다. 돌핀몬과 가까이 붙어있었고, 돌핀몬은 미처 피하지 못했다. 그나마 둘이 할 수 있던 건 서로에게 충격이 없기를 바라며 함께 구르는 수준이었다. 돌핀몬이 감쌌기에 루카보다 돌핀몬의 부상이 훨씬 컸지만, 그쪽은 기도 한 번에 깨끗하게 회복되었기에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었다. 

 허나 인간의 몸뚱아리는 한번에 치료되지 못해서 문제지. 루카는 한숨을 푹푹 내쉬며 여전히 쓰린 통증이 올라오는 가슴께를 느리게 쓰다듬었다. 안고 구른 충격에 돌핀몬의 무게, 공격의 여파... 그 모든 것을 감당하기에 14살의 몸은 아직도 좀 약한 모양이었다. 




"루카, 괜찮아? 거 봐. 안 괜찮지?"
"조용히 해, 크랩몬. 지하철 안이잖아."

"루카 거짓말쟁이. 아프잖아! 의사 선생님이 안정 취하라는 거, 나 다 들었어."

"쉿... 지금 안정 취하고 있을 시간이 어디 있어. 무리는 안 할 거야."

"루카..."

"크랩몬이 나를 지켜 줄 거잖아?"

 다음에는 이런 일도 없게 할게. 그 때는 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무리했던 거야. 주변 시선을 신경쓰느라 작지만 느리고 차분하게 이어지는 말에 크랩몬의 기세가 조금씩 누그러졌다. 얌전해진 크랩몬을 쓰다듬으며 루카가 바깥을 내다보았다. 멀리서 어렴풋하게 푸른 색이 어른거리고 있었다. 

 지하철 안, 루카는 바다에서 활동하고 있을 디지몬들을 캡쳐하기 위해 도쿄에서 제일 가까운 바다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돌핀몬의 특기 분야는 누가 뭐래도 바다였으니까. 크랩몬도 마찬가지고. 오키나와의 바다라면 인적이 많은 곳과 드문 곳을 전부 꿰고 있었고, 도쿄도 반 년 전까지만 해도 살던 곳이었다. 디지몬이 있는 곳이라면 안개가 낀다고 했었지. 안개가 있고 사람이 없는 곳...... 바다에서 돌핀몬을 타고 다니면 그럭저럭 찾을 수 있으려나. 루카가 눈을 굴렸다. 그리고 그런 제 파트너를 상세히 살피고 있던 크랩몬이 먼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루카, 그래도 다친 거. 다른 사람들한테도 말해야 하지 않아?"
"절대 안 돼. 말하면 화낼거야."

"루카......"
"안 돼."


 루카의 눈꼬리가 뾰족해졌다. 단칼에 잘리는 거절에 크랩몬의 눈매도 조금 매서워졌다. 잠시 무거운 침묵이 둘 사이에 내려앉았다. 소년이 고개들어 현재 있는 역을 확인했다. 내려도 괜찮겠다. 여기도 해안가랑 이어져. 판단이 끝나고, 지하철이 멈추고, 그대로 지하철을 빠져나온 소년의 걸음이 급해졌다. 날쌔게 달리지 않는 이유는 안정을 취하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들은 지 고작 1시간도 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터벅터벅터벅 자박자박자박. 바다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걸어온 소년은 인적이 적은 해안가에 도착하자마자 망설임없이 품에 안고 있던 크랩몬을 머리 위로 들어올렸고, 그대로 던져버렸다. 

 풍덩, 하고 물소리가 들리고, 디지바이스는 동시에 빛나고, 수면 위로 얼굴을 들이민 건 검푸른 게가 아니라 바다와 꼭 같은 빛깔의 돌고래였다. 녹색 눈동자가 이글이글 불타는 돌고래. 그리고 꾹꾹 참았던 말도 펑 하니 터졌다. 


"루카는 바보야─! 솔직하게 얘기하고 아프니까 무리하면 안 된다고 말해─!"

"싫어─! 큰 상처도 아니야! 크랩몬이야말로 바보야! 그런 말 해봤자 짐밖에 더 돼?!"

"몰라, 그런 거! 이번엔 조금 아파서 무리하면 안 되는 정도로 끝난다지만 다음은 어떻게 하려고!"

"그런 거 조심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바보같은 소리 하지 마!"
"바보라고 하지 마! 크랩몬이 더 바보야!"

"아프면서!"
"별로 안 아프거든?!"

 캬우웅 크릉크릉. 한 디지몬과 한 소년이 유치하게 싸우기 시작했다. 서로에게 물을 끼얹고 다투고 싸우고 숨을 몰아쉬고. 결국 먼저 뻗은 쪽은 루카였다. 디지몬의 체력을 내가 어떻게 이겨. 완전히 나가떨어져 모래사장에 드러누워버린 루카의 곁에 돌핀몬이 슬금슬금 기어 다가왔다. 잔뜩 분노하던 녹색 눈동자는 이제 썰물처럼 화가 빠지고 걱정만 남아 있었다. 


"그치만 루카, 난 진심이야. 모두에게가 아니면 몇 명에게만이라도... 안 될까?"
"싫어......"

"루카......"
"싫어, 돌핀몬."


 누구에게 말을 하겠어. 파란 눈동자가 묘하게 가라앉았다. 루카가 의지하는 대상은 몇 있었다. 하나는 바다. 지금 여기서 쏟아냈으니 이미 절반은 가벼워진 셈이었다. 나머지는 본인 스스로가 감당할 몫이었지. 다른 한 명은 큰 누나. 한창 결혼 준비중인 큰 누나한테 디지몬에 대한 걸 설명하고 이 얘기를 하라고? 그래서 내가 다쳤고 앞으로도 다칠 수 있다고? 이게 무슨 짓이야. 누나한테 몹쓸 짓 한다 진짜. 작은 누나는...... 루카는 큰 누나에 이어 떠오른 얼굴에 그대로 우울한 낯을 감추지 못했다. 돌핀몬에게 얼굴을 묻으며 루카는 다른 사람을 떠올리려 애썼다. 

 누나들은 안 돼. 또 그러면...... 또 '누나'한테 그런 눈을 받으면...... 소년은 애써 기억을 감추려 애썼다. 떠올리지 마, 떠올리지 마. 돌핀몬에게 이마를 문지르며 루카는 다른 사람을 생각했다. 그런 파트너를 보고, 돌핀몬이 고개를 갸웃했다. 오래 보지 못한 파트너는 너무 자라 있어서, 가끔 이해하지 못할 구석이 있었다. 

 

"하토라는? 호타루라던가. 집에서 묵을 정도로 친한 거 아니야?"
"형들?"

"응."

"......안 돼."


 잠시 고민하던 루카가 곧 고개를 저었다. 루카는 이미 겉으로 보기에 충분할 정도로 다쳤다. 얼룩덜룩한 얼굴 꼴이며 팔이며 대놓고 다친 티가 나는데 그 와중에 내상도 입었다는 말을 하면 분명 어떤 식으로든 짐이 되겠다는 자기판단이 루카 안에 강하게 세워져 있었다. 디지몬은 디지털 월드가 아니라 이곳에서 죽으면 소멸한다. 그런 무거운 무게가 바로 옆에 있는데, 짐을 더해주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는 분명 루카는 몸을 사릴 거고, 그런 루카를 돌핀몬은 지켜줄 터. 시간이 지나면 뼈는 붙고 더 단단해진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였다. 

 그러고보면 어제 하토라 형네 집에 묵는 게 아니었는데. 생각이 짧았어... 자다가 앓기라도 했으면 어쩌지. 뒤척이다가 조금만 배가 보여도 바로 들켰을 텐데. 알고 있으려나. 동도 트기 전에 일어나서 나왔는데. 모르겠지? 루카의 안색이 잠시 어두워졌다. 의지하는 게 아니라 의지 되고 싶어서 자라고 싶었던 건데. 여전히 어려서 한심해...... 6년 전이랑 변한 게 없네. 소년이 이마를 때고 돌핀몬을 응시했다. 


"많이 아프다고는 말하지 말고. 금방 나을 거라고 말할 거야."

"그치만,"

"틀린 말 하나도 아니다?"
"아프잖아."

"응. 아프다고는 할 거야."


 그 정도는 괜찮지? 루카의 말에 돌핀몬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루카는 고집불통이야. 마지막의 못마땅함이 슬쩍 새어나왔지만, 루카는 웃기만 했다. 


"자, 저기 안개 낀다. 디지몬처럼 보이는데? 이제 일해야지, 돌핀몬."
"루카는 못됐어! 나쁜 아이로 컸어!"
"이제 산타 믿는 나이에서 졸업해버렸거든."


 쉘몬. 성숙기. 연체형 디지몬. 데이터종. 필살기는 고압력 액체를 발사하는 하이드로 프레셔. 천천히 해안가로 다가오는 쉘몬을 보며 루카가 돌핀몬을 돌아보았다. 가자, 돌핀몬. 일단 해안가 바깥 바다로 유인한 다음에 필살기를 써서 기절기키는 거야. 돌핀몬의 등에 올라타며 외치는 말에 파트너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 루카! 







 * 

공미포 3267자


루카의 부상은 겉보기에만 좀 아파보이고 (멍이 많이 들어서) 내상도 종종 속이 쓰리고 아파서 가끔 인상쓰는 정도로... 엄청 심각하진 않지만 걱정받을까봐 숨기는 정도입니다 상황이 상황이기도 하고... 6 ^^)9 지금 크게 다치면 진짜 큰일 날 것 같아서... 저는 우방 총괄계 프사랑 헤더만 보면 겁에 질리는 사람... 얘들아 제발 건강하고 행복하자 사랑해얘들아


이 이후에 쉘몬을 캡쳐하고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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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빛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