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에 해당되는 글 121건

  1. 2019.12.03 사거리의 크리스마스 트리
  2. 2019.11.03 당신을 위한 이야기
  3. 2019.11.02 #자캐_미연시_썰풀이
  4. 2019.10.17 십이국기AU 버ㅡ젼 투ㅡ
  5. 2019.10.15 십이국기AU
  6. 2019.05.31 커뮤러닝목록
  7. 2019.02.24 vs 회색체육관전
  8. 2019.02.20 별의 목소리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내용을 보시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당신을 위한 이야기

2019. 11. 3. 01:45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내용을 보시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자캐_미연시_썰풀이

 

1. 공략 아이템 (Like/Hate)

Like : 인형(가장 좋아하는 아이템) / 각종 달콤한 것 / 작고 아기자기한 것 / 털이 복슬한 종류 / 동화

Hate : 사람이 싫어할만한 악의적인 장난에 가까운 물건이라면 전부 헤이트. 다리가 많은 절지동물류를 제일 힘들어함.

 

 

2. 첫만남 장소

호그와트 배경 AU라면 기차 or 교실 (선택지에 따라 다를듯)

학원물 미연시 같은 거라면 등교길

 

 

3. 자주 출몰하는 장소

호그와트 배경AU : 후플푸프 기숙사 or 연극부실 or 퀴디치 연습장 or 주방

학원물 미연시 : 교실 / 연극부실 

 

 

4. 엔딩 (배드, 노말, 해피 외)

호그와트 배경AU (티타니아 공략조건 : 후플푸프 캐릭터 최소 1명 공략완료) 

- 트루엔딩 

티타니아 호감도 최고치 + 같은 진영 + 최후의 선택지에서 '너를 믿어.' 선택

엔딩명 : 당신과 맞잡은 손

너를 만나서 다행이야. 네가 있어줘서... 네가 나를 믿어주니까.......

나도 나를 믿고 어디까지나 나아가볼래. 세상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세상을 끝없이 믿어볼래.

힘들겠지만, 괴롭겠지만. 그래도 네가 나를 믿는다고 말해준 이 순간을 평생 기억할게.

고마워. 네가 정말 좋아.......

너를 사랑해. 

(CG : 당신과 맞잡은 손 

한 사람의 일생의 전부를 사로잡을 한 마디 말. 누군가는 이를 영원이라 부른다.

당신의 말 한마디가 이 순간 영원이 되었다.)        

 

- 노말엔딩

티타니아 호감도 최고치 + 진영선택 자유 + 최후의 선택지에서 '세상의 잔혹함을 믿어.' 선택

엔딩명 : 길어지는 그림자는 두 개

나는 비겁해. 너도 비겁해....... 이런 거 용납할 수 없어. ...없었는데....

그렇지만 그 이상으로 네가 좋아......

도망치면 나는 괴로워할거야. 슬퍼할거야. 매일 악몽을 꿀지도 몰라. 

그런 비겁한 나를 곁에서 끌어안아 줄거야?

함께하겠다고 말해줬으니까, 나를 버리면 안 돼. 부탁이야.

네가 너무 좋아......

그래서 너무 괴로워......

(CG : 길어지는 그림자는 두 개

당신을 향한 사랑은 곧 나약함일지니. 울고 있는 그녀를 끌어안아주자.

영원을 도망치게 되더라도 옆에는 분명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지니, 언젠가 웃을 그날을 위해서.)   

 

- 베드엔딩

티타니아 호감도 최고치 미만 + 반대 진영 

엔딩명 : 평생 짊어질,

너를 좋아했어.

정말로 좋아했어......

함께 웃었던 모든 순간들도, 너의 상냥함도 똑똑히 기억해.

하지만 그렇기때문에 나는 이 순간 물러설 수 없어......

평생 이 순간을 기억하겠지. 죽을만큼 괴로울지라도,

그래도 나는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아......

안녕. 내 소중했던 친구...

(CG : 평생 짊어질

굳건하게 세워진 신념이 이곳에. 당신을 향한 애정이 분명히 존재함에도 그 신념을 꺾을 순 없으리.

서로에게 이별을. 지금 이 순간이 우리의 마지막일지니.)

 

*

 

학원물미연시AU

 

- 해피엔딩

티타니아 호감도 최고치 + 올바른 선택지 

엔딩명 : 당신의 뺨은 사과빛

앗, ㅇㅇ...... 여기 있었구나.

졸업 축하해. 내내 너랑 같이 있을 수 있어서 정말로 즐거웠어.

그리고 나,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응...... 중요한 말이야. 아주아주 많이. 

있지, 나. 너를 좋아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해. 

아침에 일어나서 너를 생각했다가, 밤에 잠들기 직전까지 너를 생각하고,

또 꿈에서 너랑 입맞추는 꿈을 꾸는 좋아합니다, 야.

그런 나를...... 그런 내가......

계속 그렇게 너를 좋아해도 괜찮을까?

(CG : 당신의 뺨은 사과빛

졸업식에 단 둘뿐인 교실. 햇빛 아래 반짝이는 그녀의 머리카락은 언제나 그렇듯 아름다운 황금빛.

별보다 반짝이는 눈을 올곧게 당신을 보고 있다. 그 연둣빛에 깃든 것은 오롯한 사랑일지니,

다정하게 당신의 마음을 속삭여보자. 그녀를 당신의 품에 끌어안을 권리를 손에 쥐고.)

 

- 노말엔딩

티타니아 호감도 0 이상 

엔딩명 : 재회의 약속

ㅇㅇ, 졸업 축하해! 

대학은 다른 대학교라고 했지. 아쉽다. 같은 대학이면 좋았을텐데. 그렇지?

그래도 우리는 계속 친구니까. 내가 먼저 연락할게. 꼭 받아줘.

학창시절 내내 정말로 고마웠어!

안녕. 또 만나자.

(CG : 재회의 약속

아쉬운 얼굴에는 미래를 향한 기대와 당신을 향한 다정한 애정이 가득하다.

재회를 약속하며 손가락을 걸어보자. 성장한 뒤 만날 당신의 모습을 기대하며.)

 

- (배드엔딩 없음)

 

5. 주요 이벤트와 엔딩 분기

 

호그와트배경 AU

주요 이벤트

1. 만남 이벤트 (처음에 만나서 호감도를 쌓는 이벤트. 티타니아가 있는 CG가 여기서 처음 등장. 여기서 선택지를 잘못 고르면 훗날 호감도 쌓기가 힘들어진다.)

2. 친구가 되어주세요 (두 번째로 만나서 타인 > 친구로 발전하는 이벤트. 티타니아가 웃는 CG 첫등장. 여기서 선택지를 잘못 고르면 엔딩을 보기 힘들어진다)

3. 요즘 자주 웃네 (친구 > 호감 있는 사람으로 발전하는 이벤트. 얼굴이 새빨게지는 CG를 볼 수 있다)

4. 손가락 걸고 약속 (호감 > 좋아하는 사람으로 발전하는 이벤트. 노을을 등지고 웃는 CG 획득 가능.)

(진영 선택. 이곳까지 호감도를 최고치로 채워왔다면 여기서 엔딩 분기 1차로 갈린다.)

5. 당신의 선택은? (트루엔딩과 노말엔딩을 나누는 이벤트. 여기서 티타니아를 믿으면 트루엔딩, 잔혹한 세상을 믿으면 노말엔딩으로 나뉜다. 간절하게 당신을 응시하는 티타니아 CG 획득 가능)

 

*

 

학원물미연시 AU

주요이벤트

1. 만남 이벤트 (처음 만나서 호감도를 쌓는 이벤트. 티타니아는 같은 반 옆자리. 옆자리에 앉은 CG 등장.)

2. 부활동을 도와줘 (연극부 티타니아를 볼 수 있는 이벤트. 대본읽기를 도와준다. 드레스를 입은 CG를 볼 수 있다.)

3. 체육대회, 목표는 1등! (마지막 달리기에서 반대표로 나와서 우승하는 티타니아를 볼 수 있다. 활짝웃는 체육복 포니테일 티타니아 CG를 볼 수 있다.)

4. 하늘이 예쁘네. (가을 이벤트. 은행나무 아래에 서 있는 CG 획득. 친구에서 썸으로 확실히 넘어가는 두근거림을 느낄 수 있는 이벤트)

5. 붕어빵 좋아해? (겨울 이벤트. 붕어빵을 내밀며 웃는 티타니아 CG 획득.) 

6. 졸업식 (엔딩 이벤트. 호감도를 차곡차곡 쌓아왔다면 해피엔딩을 볼 수 있다.)

 

 

6. 대사

엔딩대사는 위쪽 엔딩 참고.

그 외 대사는 알콩달콩 두근두근한 것들이 많으니 실제로 공략해보자. 

 

 

7. 공략 유의점 (신경쓰는 스탯, 선택지 방향 등)

호그와트 배경AU의 경우 초반에는 호감도만 차곡차곡 쌓아두면 공략에 크게 무리는 없다.

노말엔딩은 어떤 진영도 상관없지만, 트루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같은 진영이여야하니 트루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불사조기사단 루트를 찍을 것. 선택지는 기본적으로 티타니아에게 다정한 말을 해 주면 쉽게 호감도가 오른다. 

 

미연시AU의 경우 호감도만 잘 쌓으면 OK. 겨울이 되기 전까지 호감도를 다 채우는 게 관건. 

 

 

8. CG에서 특별한 부분

 

기본적으로 티타니아는 작은 체구+금발+동글동글함을 매력으로 내세우는 큐트계 여주인공이지만 확실하게 외유내강타입인 게 포인트. CG에서도 주로 부드러운 표정을 짓거나 부끄러워하는 표정같이 표정으로 쩔쩔매는 게 모에포인트지만 가끔 눈썹에 힘을 주고 찌릿! 하는 느낌으로 응시하는 CG가 몇 장 있는데 갭모에라고 평이 좋다. 기본적으로 CG 퀄리티가 나쁘지 않으니 한번쯤 공략해보는 것도 좋을듯. 

 

 

9. 기타

전체적인 공략 난이도는 어렵지 않고 엔딩도 적당히 훌륭한 미연시 타이틀~서브타이틀 히로인 정도.

트루 엔딩이나 해피엔딩을 보기도 쉽고 노말엔딩도 나쁘지 않으니 미연시에 가볍게 흥미를 가지기 좋을 듯. 

'Fantasy > Titania Summerta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삐티 수위타로 결과  (0) 2021.06.02
사거리의 크리스마스 트리  (0) 2019.12.03
당신을 위한 이야기  (0) 2019.11.03
십이국기AU 버ㅡ젼 투ㅡ  (0) 2019.10.17
십이국기AU  (0) 2019.10.15
Posted by 별빛_ :

이쯤되면 미쳐버린 오따꾸... 저를 견뎌주세요 저랑 놀아주신다는 건 그런 뜻입니다 (롸롸님 : 이분 뭐하시는 분이야) 

 

 

 

 

 

 

 

보백 11년, 봉산에서 공과가 깨어나 쿄우린이라 칭하다. 

보백 18년, 각 사당에 황기가 올라 온국에서 승산자 오르다.

보백 19년, 쿄우린이 하주에서 주를 맞아 서약하니, 그 주 신적에 올라 고왕에 즉위하다. 

 

 

 

 

 

"쿄우린!"

 

 저를 부르는 여선의 목소리에, 작은 체구가 파드득 몸을 떨었다. 어깨에 겨우 닿는 짧은 갈기는 금을 녹여 실을 뽑은마냥 선연한 금빛이었고, 동그라여 차마 여선의 시선을 마주하지 못하는 시선은 고운 비단색. 이제 겨우 여선의 허리에나 닿을 정도로 자그마한 어린 기린을 보며 여선은 턱끝까지 차오르는 한숨을 애써 내리눌렀다. 여선의 짧은 부름 하나에도 어쩔 줄 몰라 절절매는 쿄우린이었으나, 앙다문 입술에는 단단한 고집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하기야 귀하디 귀한 기린의 말은 어찌 보면 극히 정론이었으니 말이다. 아직 쿄우린이 어리다는 결정적인 문제만 제하고서. 

 

"쿄우린. 아직 사당에 황기가 올라 승산자가 오른지 일 년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조금 더 이 봉산에서 기다리시지요. 머지않아 쿄우린의 왕이 쿄우린을 모시러 올 것입니다. 이 봉산 아래가 얼마나 쿄우린에게 위험한지 아시지 않습니까."

 

 여선이 몸을 숙여 쿄우린과 시선을 맞추고 조곤히 말했다. 다정하게 속삭이는 말의 온점 하나까지도 자신을 향한 애정임을 알기에, 쿄우린은 얌전히 눈만 껌벅였다. 기린은 인애의 생물. 하늘의 짐승. 피와 부정적인 감정은 연약하고 상냥한 기린에게는 지나친 독이었다. 사취조차 견디지 못하는 기린에게 왕이 없어 고통받은 땅은 죽음의 길과 거진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명석한 기린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쿄우린은 소매로 제 입가를 가리고는 시선을 땅으로 떨궜다. 

 

"하지만 한쿄우...... 지금 공의 백성들이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는 한쿄우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조곤조곤 이어지는 목소리는 여렸다. 응시하는 시선은 순박한 만큼 강직했으나, 여선은 도리어 불안하기만 했다. 이 새하얀 기린이 마주할 세상이 얼마나 거칠지, 그리하여 기린이 얼마나 상처받을지 두려울 정도였다. 그러한 여선을 앞에 두고, 바람에라도 흩어질 마냥 가냘픈 목소리가 조근조근 정론을 담았다. 

 

"옥좌에 왕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삼백만의 백성들이 고통받고 있거늘 어찌 저 혼자 몸 편하자고 봉산에 몸을 뉘이겠습니까. 최대한 몸을 조심하며 봉산 근처의 나라만이라도 오가겠습니다. 혹여 그곳에 주상이 계시다면 그 역시도 하늘의 뜻이겠지요."

 

 고사리같은 작은 손가락이 제 봇짐의 매듭을 고쳐쥐었다. 천으로 화사한 금발을 가린 기린은 누가 봐도 살짝 가출한, 그러나 너무도 곱게 자란 부잣집 따님처럼만 보여 여선은 이제 도저히 걱정을 안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절복시킨 사령이 한둘이 아니고, 기나긴 십이국의 역사 속에서도 손에 꼽히게 재능있는 영리한 기린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나 그와 별개로 세상이 험하거늘. 허나 이리 통보라도 하고 떠나는 게 어디일까. 가지 말라 옷자락을 부여잡으면 어쩔 수 없다는 듯 발걸음을 멈춰주겠지만, 야밤에 몰래 사령들과 함께 떠날 것이 눈에 선해 여선은 속으로 다시 한 번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도무지 답이 없는 문제에 직면한 여선의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린 기린은 잠시 서북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천 아래 숨은 녹빛 눈동자는 막연한 운명을 직감하듯 별보다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계속......"

 

 누군가가 부르는 느낌이. 기린은 이어지는 문장을 삼켰다. 기대로 가득 찬 작은 체구가 곧장 몸을 돌렸다. 목표는 봉산 아래. 자신이 찾아내고 왕이 다스릴 땅이었다. 

 

 

 * * *

 

 

 이 쪽이다. 이 쪽이야. 여기 있어. 쿄우린은 막연한 확신 아래 끊임없이 걸음을 옮겼다. 갈수록 조급해지는 발걸음 사이로 군데군데 감정이 묻어났다. 기대, 기대, 들뜸과 어쩔 수 없는 걱정, 불안함. 그림자 아래에서 저가 절복시킨 사령들이 간언했다. 조심하십시오, 쿄우린. 인간들의 감정이 짙습니다. 조심하십시오, 조심하십시오...... 평소라면 다정하게 사령들의 말에 대답해주었을 쿄우린이었으나, 본능에 굴복한 하늘의 짐승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정신없이 달리고 있었다. 기린을 이끌고 있는 것은 빛 끝에 존재할 존귀한 왕일지어니 왕에게 달려가는 기린의 발치에는 돌멩이 하나조차 그 걸음을 방해하지 않았다. 

 기린이 미소지었다. 찾았다. 찬란한 자. 하늘에게 선택받은 자. 웃음 한 줌에 기린을 행복하게 만들고 눈물 한 자락에 기린을 우울하게 만들 유일무이한 존재.

 

"......주상!"

 

 작고 하얀 손이 거친 옷자락을 답삭 움켜쥐었다. 손은 작으나 그 안에 들어간 간절함은 무시못할 정도로 강인한지라, 붙잡힌 자는 어리둥절한 눈으로 저를 잡은 자를 응시했다. 감히 상상도 못할 무엄한 단어를 들은 것도 같았다만, 목소리의 주인이 지나치게 앳된지라 그 무거움은 어느 새 깃털처럼 가녀려진 뒤였다. 보이는 것은 제 허리에나 겨우 닿을 정도로 조그마한 꼬마아이 하나 뿐이었다. 

 

"길 잃은...... 꼬마?"

 

 의아한 듯 묻는 물음은 퍽 다정했다. 거칠어진 삶에 날카로워진 백성들이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어찌 상냥한 물음인지. 부모님이라도 잃어버렸니, 그리 묻는 물음에 기린이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저는 당신을 찾으러 왔어요. 당신을 모시러 이곳에 왔습니다. 당신의 발치에 머리를 조아리고 당신에게 충성을 맹세하여 곁에 있음을 허락받기 위해 봉산에서 왔어요. 이 모든 문장이 동시에 떠올라서 도리어 목구멍은 꽉 막혀버렸다. 처음 마주하는 왕기에 날 세워져 예리한 본능에 눈물 흐를 듯한 기쁨에 감격하여 기린은 그저 입을 다물었다. 

 

"무슨 일 있니? 음...... 고구마라도 먹으면서 기다릴래?"

 

 청년은 잠시 몸을 물리더니, 소쿠리를 뒤져 그 안에 있는 작고 미지근한 고구마 하나를 손에 쥐여주었다. 기린은 멀뚱히 고구마를 내려다보았다가, 제 왕을 올려다보았다가, 다시 고구마를 내려다보았다. 아이 손에 쥐여질 정도의, 작지만 조금 따뜻하고. 그리고, 그리고...... 왕이 낯선 이에게 건낸 다정을, 보았다. 눈물이 터져나오는 건 순식간이었다. 

 작게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고개를 크게 젖힌 아이가 와앙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머리를 감춘 천이 팔랑 바닥으로 떨어지고 짧은 금발이 모습을 드러냈다. 흐아아앙. 무어 그리 서러운지, 눈물을 그치지 못하는 아이의 눈부신 금발에 주변의 시선과 경악성이 소리없이 집중되었다. 이 세상에 꼭 열 두 명만 가지고 있는 특별한 색. 왕을 선택하는 기린만의. 주변의 백성들이 하나 둘 모여드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왕을 선택하는 기린과 하늘에게 선택받은 왕은 둘만의 세상에서 당황스러움에 빠져 있었다. 

 

"우, 울지 마. 미안해? 왜 울어. 고구마 싫어해?"

"흐, 히끅. 주, 주상. 흑, 흡, 흐아앙. 주상. 주상."

"주상? 그, 내 이름은 노아인데."

"주사앙."

"으으응. 그 주상이 임금님 부르는 건 아니지?"

"주상, 주상."

 

 금빛 머리카락의 기린이 부르는 주상이라는 호칭에 주변인들은 이미 심상치않음을 깨닫고 머리를 조아려 숙이고 있건만, 둘만큼은 여전히 만담이라도 하듯 다른 세상이었다. 기린이 단단히 왕의 옷깃을 쥐었다. 눈물에 젖어 훌쩍훌쩍 콧물을 삼키면서도 그 눈만큼은 별보다 찬란히 제 왕을 올려다보고 있었으니. 

 

"주상. 히끅. 저는 쿄우린입니다."

"으응...... 기린, 님이시죠."

 

 황금을 눈에 담는 순간 누군들 못 눈치챘을까. 곤란한 표정으로 웃는 왕을 올려다보며 기린은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제게 존대하지 마세요. 저는 주상 앞에 무릎꿇고 주상께 충성의 서약을 하기 위해 왔습니다."

"그...... 사람 잘못 보신 게 아닐까요......"

 

 절대 그럴 리 없습니다. 절대로요. 절대. 세 번이나 단호하게 거절하는 어린 기린을 앞에 두고 노아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를 어쩌나. 그리고 다시 시선을 내렸다. 제 앞에는 손이라도 뿌리쳤다가는 하늘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저를 올려다보는 기린이 있었으니. 

 왕이라니, 그럴 리 없는데...... 정말로 이를 어째. 입 밖으로 내기만 해도 또 기린이 울음을 터트릴 것 같아, 속으로만 곤란해하며 노아는 우선 제 소매를 조금 털어냈다. 흙 묻은 소매를 조금이라도 말끔하게 만들어 기린의 눈물 젖은 뺨을 닦아주며, 그는 어찌 할까를 고민했다. 

 

 보백 19년. 신왕 등극 한 달 전의 일이었다. 

 

 

'Fantasy > Titania Summerta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삐티 수위타로 결과  (0) 2021.06.02
사거리의 크리스마스 트리  (0) 2019.12.03
당신을 위한 이야기  (0) 2019.11.03
#자캐_미연시_썰풀이  (0) 2019.11.02
십이국기AU  (0) 2019.10.15
Posted by 별빛_ :

십이국기AU

2019. 10. 15. 14:20 from Fantasy/Titania Summertale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는 별빛을... 얘가 2차를 넘어 3차창작하는군 하고 예쁘게 봐주세요 저를... 참아주세요 (정말 노답같은 발언을 하고 마는데) 

*

 

 

 

 

 

보백 11년, 봉산에서 공과가 깨어나 쿄우키로 칭하다. 

보백 29년, 쿄우키가 수도 금주에서 주를 맞아 서약하니, 그 주 신적에 올라 고왕에 즉위하다. 

그리고 보백 30년, 모란이 첫 꽃잎을 틔우던 계절이 왔다. 

 

 

"타이호!"

 

 일견 다급하게 들리는 여종의 부름에, 청년이 앞서 나가던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긴 머리카락이며 바닥에 끌리는 옷자락의 무게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가벼운 몸놀림이었다. 금빛 갈기의 여느 기린보다도 고귀하다던 검은 갈기의 흑기린은 높이 묶어 늘어뜨린 검은 갈기 속 하얀 얼굴이 아름답기로는 한손가락으로 꼽히는 기린이었다. 느른하니 다정한 빛을 띄는 물빛의 시선을 차마 직시하지 못하고 깊게 허리숙인 여종은 송구하다는 기색을 숨기지 못하였으나, 이어 건내지는 말은 다급함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죄송합니다, 타이호. 혹 주상을 뵙지 못하였사옵니까?"

"주상 말입니까?"

 

 기린의 목소리에 약간의 의아함과 그득한 납득이 뒤섞여 물음표 끝에 점처럼 찍혔다. 물음의 형태를 하고 있었으나 서로가 이 질답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또 주상이 모두를 따돌리고 모습을 감춰버린 모양이었다. 기린과 또래처럼 보이는ㅡ실 연령도 고작 한두 해 차이였으니 당연하겠다만은ㅡ어린 주상은 여리고 부드럽게만 보이는 외형으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의 눈을 능숙하게 피해 몸을 숨기는 법을 알고 있었다. 아랫것들 사이에서는 암암리에 금빛의 임금님과 흑빛의 기린이 사실은 뒤바뀐것이 아닐까 우스갯소리까지 돌 정도였다. 궁에서 소리높여 주상을 부를 수도 없고, 애초에 따돌림당한 입장에서 왕의 의지에 반하여 왕을 쥐잡듯 찾는 것도 왕께 감히 겨눌 수 없는 무례였기에. 방도를 찾아 여종들이 기린에게 달려온 것은 당연한 이치였으리라.

 짧은 틈새와 간단한 문답으로 어렵잖게 많은 것을 짐작해낸 기린이 한 쪽 손으로 제 입가를 가렸다. 소년과 청년의 경계에 서 있는 말간 얼굴에 미약한 곤란함이 어렸다. 그는 무의식이었겠으나, 무심코 따라가는 시선의 끝은 북서의 허공을 향하고 있었다. 기린만이 알 수 있는 왕의 흔적을 그는 정확하게 밟고 있었다. 사실 그와 별개로 왕이 어떨 때에 숨는지, 또 어디에 숨는지 알고 있는 것은 그 하나뿐이기도 하였으니.

 

"걱정 마시고 해야 할 일을 하시지요. 일각이 급한 용무는 없지요?"

"예. 다만 해가 질 무렵부터는 회의가 있으시어..."

"두 시진이 지나기 전에는 돌아가실 겁니다."

 

 책임감 강한 왕이다. 설마 회의를 뿌리치는 일은 있을 리 없겠으나 상냥한 신수는 다정하게 여종을 위로했다. 그 말에 안도한 여종이 고개를 숙이고 곧 몸을 물렸다. 청년은 아주 잠시 고민했다. 그가 굳이 가지 않아도, 시간이 되면 왕께서는 말끔한 얼굴로 회의에 들어오시겠으나...... 자비의 동물은 제 반신이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을 지 알고 있기에 기꺼이 그곳으로 걸음했다. 

 

 

 왕과 재보를 위해 깨끗하게 정돈된 정원을 넘어, 유독 왕이 아끼시는 우아한 버드나무를 타고 나서야 넘을 수 있는 거대한 바위를 지나, 사람 손이 닿기 힘들어 차마 관리되지 못한 풀숲에까지 선 기린은 눈을 감고 가만 숨을 죽였다. 멀지 않은 곳에서 간간히 들리는 소리는 분명 눈물을 삼키는 소리였기에, 기린은 급격하게 울적해지려는 제 마음을 다잡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기척이 가까워질수록 울음소리는 선연해졌으나, 상대 역시도 그의 기척을 느낀 것인지 숨 삼키는 소리가 잦아졌다. 

 셋, 둘, 그리고 하나. 기린이 시야를 가리는 풀을 긴 소매로 걷어내어 그 안에 몸을 감추고 있던 자와 시선을 마주했다. 이슬 젖은 풀잎처럼 아롱거리는 시선이 물안개같은 엷은 청빛을 마주하고는 파르라니 떨렸다. 그리고 그 떨림이 멎기도 전에 붉은 비단 사이로 사라졌다. 슬픔의 기색도 눈물의 흔적도 미약한 부끄러움까지 모조리 소매로 감추는 모습을 보며 재보는 어쩔 수 없이 옅은 웃음을 흘렸다. 

 

"주상. 이곳에 계셨나이까."

"......응."

 

 대답 끝에는 미처 흘리지 못한 물기가 남아 눅눅하니 젖어 있었다. 기린은 금 자수가 촘촘히 새겨진 소매로 얼굴을 꽁꽁 감추고는 차마 고개를 들지 않는 왕의 앞에 몸을 숙였다. 무릎을 굽히고 시선을 낮춰 자신을 삼가며 마주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를 가만 들여다보았다. 잠시 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바람 한 줄기 둘의 머리카락을 한 번 스치고 지나갈 정도의 시간이었다. 주상. 부르는 목소리는 늘상 그렇듯 온화했다. 

 

".......노아."

"그래, 티티."

 

 왕이 소매를 내리고 얼굴을 보였다. 뺨은 이미 꽃물이 든 마냥 붉었고 눈가는 좀 더 짙은 발간 색이었다. 자그마한 얼굴은 꼬깃꼬깃 구겨진 종이마냥 엉망이었다. 아이고. 기린은 터져나오려는 한탄을 애써 삼켰다. 이번에는 또 무엇이 그리 속상했을까. 왕은 재보가 짐작해내지 못한 부분에서 마음이 다쳐 힘겨워하고는 하였기에, 기린은 그가 서럽기만 했다. 제 앞에 고두하여 자신을 왕으로 만들어버린 기린에게 고르고 골라 가장 멋진 이름을 내려줄 정도로 다정한 왕은, 그만큼 여린 구석이 있어 제가 짊어진 삼백만 국민들의 무게가 힘겨워 자주 울음을 터트리고는 했다. 제 반신인 기린에게만 그 모습을 허락하고 백성들에게 눈물짓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에서부터 그는 이미 왕의 재목이었건만. 본인은 도통 알아주지 않겠지. 속상한 것을 숨기며 재보는 가만 제 왕을 응시했다. 

 타인보다도 작은 체구의 왕은, 화려한 의복과 그보다 더 화려한 머리장식을 마치 짐짝처럼 짊어지고 동그랗게 몸을 말고 풀숲 사이 꽁꽁 숨어 울고 있었다. 그녀에게 빛나는 왕기를 기린인 그 외에 타인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그녀 역시도 이토록 기죽고 마음 상할 필요는 없을 터인데. 하늘의 짐승은 단 한 순간도 그녀가 왕임을 의심하지 않았으나, 자신의 재목을 가장 의심하는 사람은 단연코 그녀였다. 장날에 제 오라비 손이나 꼬옥 붙잡고 길가를 뛰어다니던 작은 상인집 막내딸 앞에 하늘에서 내려온 귀하디 귀한 흑기가 고두한 바로 그 순간부터. 제 그림자에 왕이 가려지는 모양새가 마음에 들지 않아, 기린은 재빠른 움직임으로 제 왕의 옆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미안해, 노아. 또 찾으러 오게 해서......"

"괜찮아. 신경 안 써도 돼. 티티는 내 임금님인걸."

"그래도......."

"정말 괜찮아!"

 

 활짝 웃어주는 기린의 얼굴을 왕이 가만 응시했다. 순하디 순한 녹빛이 웃는 기린의 얼굴을 말갛게 보다가, 겨우 조금 닮듯이 휘어졌다. 민들레 홑씨마냥 작은 미소였으나 왕의 얼굴에 걸렸다는 것만으로도 기린은 대번에 안심했다. 왕은 기린의 표정을 샅샅히 살피다가 허공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들이 나란히 앉은 비밀장소는 시간이 지나고, 나라가 안정되고, 백성들의 삶이 윤택해지면 사라질 장소였다. 돌봄의 손길이 미처 닿지 않은 궁의 정원. 이곳은 왕이 없는 동안 황폐해진 나라를 급하게 정리하기 위해 뒤로 물러난 중요치 않은 부분이었으니까. 세상이 평화로워진다면 왕이 울 장소도 사라질 터이고, 왕이 울 일도 사라지겠지. 왕과 재보는 똑같이 후자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구름 두어 점만이 점점히 장식하고 있는 하늘은 여전히 푸르렀다. 제 재보와 닮은 그 색을 가만가만 응시하며 왕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언젠가......"

"......"

"언젠가는 말이야."

 

 왕이 속삭였다. 멀리서 우는 풀벌레 소리에마저 휩쓸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였으나, 옆에 앉은 재보에게는 천둥보다도 커다란 속삭임이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왕의 속눈썹이 빛 아래 황금색으로 켜켜이 빛나고, 그 아래 박힌 녹옥이 물갈기질되어 찬란했다. 

 

"내가 울지도 않고, 노아도... 좋아하는 꽃이랑 나무를 잔뜩 돌볼 수 있을 정도로 평온하기를."

"......"

"그런 나라를 만들거야."

 

 속삭임은 곧 다짐이었기에, 왕의 결심 앞에서 재보는 그저 침묵했다. 가슴에 밀려오는 감정이 무엇인지, 태어난지 스무 해도 지나지 않은 기린은 아직 정확히 설명할 수 없었기에. 왕이 고개돌려 재보를 보았다. 미약한 기대와 그보다 훨씬 거대한 걱정을 담아, 아직 어린 왕은 손뻗어 굳이 물었다. 

 

"노아도 도와줄거지?"

 

 걱정이 알알이 맺힌 석류알같은 눈동자를 보며, 노아는 태양처럼 찬란하게 웃었다. 

 

"주상이 원하지 않으시더라도 저는 주상의 기린인것을요. 그렇지, 티티?"

 

 약속입니다. 뻗어진 손에 망설임은 없었다. 약속이야. 길고 하얀 새끼손가락이 매듭처럼 얽혔다. 세상에 발 디딘지 얼마 되지 않은 소년과 소녀는, 태생부터가 고귀한 흑기린이고 위대한 제왕이었기에. 어린 짐승처럼 서로의 털을 핥아주는 앳된 시기를 지나 위대한 날개를 펼쳐 나라를 다정하게 덮을 어느 미래를 꿈꾸며 지금은 그저 두 손가락만을 맺어 약속했다. 그들이 만들어 낼 길고 긴 태평성대는, 약관도 채 지나지 않은 어린아이들의 약속에서 시작했기에. 

'Fantasy > Titania Summerta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삐티 수위타로 결과  (0) 2021.06.02
사거리의 크리스마스 트리  (0) 2019.12.03
당신을 위한 이야기  (0) 2019.11.03
#자캐_미연시_썰풀이  (0) 2019.11.02
십이국기AU 버ㅡ젼 투ㅡ  (0) 2019.10.17
Posted by 별빛_ :

커뮤러닝목록

2019. 5. 31. 18:50 from 카테고리 없음

여행의 막은 오르고 설 휘 / 은비 / 비도

포스1 강우빈

호그와트 런! 루아나 라이하

조곡 : 물의 연무곡 이화

퀸퀘 다섯번째 기숙사 라흐무시온 라이하

조곡 : 과거와 현재의 장송곡 하란

드래곤 테일 : 마법사의 제자 셀리나

드래곤 테일 : 세피로트의 정원 라테스란

레리즈 파에노아 A. 플라네타

우리들의 방학 오토하라 루카

한밤의 회고록 : 등불을 든 아이들 하리오티 롭 

포켓몬 제네레이션 청화유 

Celestial Record 티타니아 서머테일

Posted by 별빛_ :

vs 회색체육관전

2019. 2. 24. 23:56 from pokemon/Hwayuu



 이렇게 바쁘게 도전할 생각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화유는 살짝 이마를 짚었다가 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마지막 쉬는 시간이 조금 바쁜 것을. 원래 어쩌다보면 휘몰아쳐서 할 수도 있는 거고... 그런 거고... 하리는 자신의 내면에 열심히 변명을 했다. 마지막에 길을 해맸던 건 정말로 고의가 아니었다. 유감스럽게도 자신이 어떻게 블루시티 쪽으로 왔었는지 기억을 못 한 탓이었지. 맞아. 다운 씨가 다른 후배님께 하는 설명을 주워 듣고 나도 해 봐야지 싶어서 디그다 동굴을 타고 이 쪽으로 왔었었지...... 참고로 너무 쉬어서 완전히 잊고 있었었다. 화유는 조금 머쓱한 표정으로 몬스터볼을 들었다. 두 개는 무리일 것 같았지만, 하나는 그럭저럭 얻을 수 있을 것 같았으니 도전하러 온 셈이었다. 


"잘 부탁드려요!"

"아아!"


 상대 체육관 관장에게 가볍게 인사하고, 화유가 제일 먼저 꺼내든 몬스터볼은 멜리시의 것이었다. 그녀의 파트너이자, 지금 가장 강한 포켓몬이기도 한 포켓몬. 작은 멜리시가 필드에 등장하자마자 꼬마돌이 나타난 것은 거의 동시였다. 화유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넘기며 명령했다. 


"멜리시, 각지기!"

"꼬마돌, 흙놀이!"


 시작은 부드럽고 평온한 상태로 시작되었다. 화유는 찬찬히 필드를 응시했다. 이제까지 포켓몬을 많이 잡은 것도 아니었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화유는 트레이너로서 재능이 아주 뛰어난 건 아니었다. 애초에 그녀는 뛰어난 연기자... 즉, 배우였으니 트레이너로써의 재능까지 욕심내면 그건 좀 너무한 욕심이리라. 화유 역시도 자신이 그럭저럭 평균치의 트레이너라는 걸 잘 알고 있었고 그에 만족했다. 과유불급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이제까지 함께한 시간이라는 게 있어서, 한 달 동안 노는 듯 수련하는 듯 푹 논 결과 화유의 포켓몬은 첫 번째 체육관까지는 이길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뒤였다. 

 그러니까, 아직 첫 번째 뱃지도 없는 트레이너의 첫 번째 포켓몬을 배려해서 체육관 관장이 내보내는 포켓몬 정도라면, 가뿐하게 이길 수 있을 정도로. 


"멜리시, 돌떨구기!"


 멜리시의 돌떨구기는 꼬마돌에 비하자면 압도적으로 강력했고, 돌떨구기를 맞은 꼬마돌은 그대로 기절했다. 물론 이는 레벨의 문제였다. 멜리시는 지금 생각해도 감사하고도 감사한 우주 씨에게 양도받은 이후로도 내내 강했으니까. 작고 사랑스러운 이브이가 갓 받은 초기 레벨을 뽀쟉뽀쟉하게 유지하고 있을 때에도 멜리시는 꽤 강한 포켓몬이었다. 야생에 나와 보니 다들 멜리시 정도의 레벨은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니 다들 강하기는 했지만. 화유는 꼬마돌을 이기고 자랑해달라는 듯 제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비행하는 멜리시를 품에 한 번 끌어안았다가 놓아주었다. 다음은......


"롱스톤, 조이기!"

"그럼 저도! 롱스톤, 자이로볼!"


 상대 짐리더가 꺼내든 포켓몬을 보며, 순식간에 멜리시를 집어넣은 화유는 새로운 포켓몬을 꺼내들었다.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롱스톤은 지금은 화유의 든든한 포켓몬 중 한 마리였다. 레벨을 따지자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상대였다. 화유는 침착하게 필드를 응시했다. 몸통박치기! 짐리더가 다시 한 번 롱스톤에게 명령하는 것을 들으며 화유는 목소리를 높였다. 피하고 조이기! 


 두 마리의 롱스톤이 뒤엉켜 싸우는 모양새를 보며 화유는 잠시 눈을 깜박였다. 향 씨에게 포켓몬의 이름을 짓는 이야기를 나누었었는데, 지금 보니 정말로 이름을 지어줘야겠구나 싶었다. 그래야 자신의 롱스톤과 야생 롱스톤과 타인의 롱스톤을 구분할 수 있을 테니까. 물론 멀리서 봐도 자신의 롱스톤은 자신의 롱스톤이었지만, 타인은 모르지 않겠는가. 


"다시 한 번 마지막으로 자이로볼!"


 화유는 목소리를 높였고, 상대 롱스톤이 쓰러지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첫 번째 체육관은 이토록이나 상냥했다. 제 롱스톤이 구어어 울음소리를 내다가 어리광을 부리는 것처럼 자신에게 안겨오는 모양새를 품에 끌어안아 토닥이며 화유는 가볍게 눈을 깜박였다. 그래그래, 잘 했어. 착하지, 내 롱스톤. 화유의 다정한 속삭임에 롱스톤은 기쁘다는 듯 눈을 방긋 휘며 웃었다. 귀여운 모양새였다.






2015자

Posted by 별빛_ :

별의 목소리

2019. 2. 20. 23:34 from Fantasy/Harioti Lop

※ 다음 로그는 오너의 급한 개인사정으로 타블렛을 잡지 못하게 되어서....... 미완성 로그입니다.
※ 빈사 직후 ~ 부활 직전까지의 시점입니다. 미완성 로그이니 이런 생각과 일이 있었군 정도로.... 흘려봐주시면 감사합니다.................





'Fantasy > Harioti Lop'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납화살  (0) 2019.02.20
가시나무 관  (0) 2019.02.19
■■  (0) 2019.02.18
사파이어와 오팔과 숯과 약초  (0) 2019.02.16
골렘과 대련  (0) 2019.02.14
Posted by 별빛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