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회색체육관전

2019. 2. 24. 23:56 from pokemon/Hwayuu



 이렇게 바쁘게 도전할 생각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화유는 살짝 이마를 짚었다가 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마지막 쉬는 시간이 조금 바쁜 것을. 원래 어쩌다보면 휘몰아쳐서 할 수도 있는 거고... 그런 거고... 하리는 자신의 내면에 열심히 변명을 했다. 마지막에 길을 해맸던 건 정말로 고의가 아니었다. 유감스럽게도 자신이 어떻게 블루시티 쪽으로 왔었는지 기억을 못 한 탓이었지. 맞아. 다운 씨가 다른 후배님께 하는 설명을 주워 듣고 나도 해 봐야지 싶어서 디그다 동굴을 타고 이 쪽으로 왔었었지...... 참고로 너무 쉬어서 완전히 잊고 있었었다. 화유는 조금 머쓱한 표정으로 몬스터볼을 들었다. 두 개는 무리일 것 같았지만, 하나는 그럭저럭 얻을 수 있을 것 같았으니 도전하러 온 셈이었다. 


"잘 부탁드려요!"

"아아!"


 상대 체육관 관장에게 가볍게 인사하고, 화유가 제일 먼저 꺼내든 몬스터볼은 멜리시의 것이었다. 그녀의 파트너이자, 지금 가장 강한 포켓몬이기도 한 포켓몬. 작은 멜리시가 필드에 등장하자마자 꼬마돌이 나타난 것은 거의 동시였다. 화유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넘기며 명령했다. 


"멜리시, 각지기!"

"꼬마돌, 흙놀이!"


 시작은 부드럽고 평온한 상태로 시작되었다. 화유는 찬찬히 필드를 응시했다. 이제까지 포켓몬을 많이 잡은 것도 아니었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화유는 트레이너로서 재능이 아주 뛰어난 건 아니었다. 애초에 그녀는 뛰어난 연기자... 즉, 배우였으니 트레이너로써의 재능까지 욕심내면 그건 좀 너무한 욕심이리라. 화유 역시도 자신이 그럭저럭 평균치의 트레이너라는 걸 잘 알고 있었고 그에 만족했다. 과유불급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이제까지 함께한 시간이라는 게 있어서, 한 달 동안 노는 듯 수련하는 듯 푹 논 결과 화유의 포켓몬은 첫 번째 체육관까지는 이길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뒤였다. 

 그러니까, 아직 첫 번째 뱃지도 없는 트레이너의 첫 번째 포켓몬을 배려해서 체육관 관장이 내보내는 포켓몬 정도라면, 가뿐하게 이길 수 있을 정도로. 


"멜리시, 돌떨구기!"


 멜리시의 돌떨구기는 꼬마돌에 비하자면 압도적으로 강력했고, 돌떨구기를 맞은 꼬마돌은 그대로 기절했다. 물론 이는 레벨의 문제였다. 멜리시는 지금 생각해도 감사하고도 감사한 우주 씨에게 양도받은 이후로도 내내 강했으니까. 작고 사랑스러운 이브이가 갓 받은 초기 레벨을 뽀쟉뽀쟉하게 유지하고 있을 때에도 멜리시는 꽤 강한 포켓몬이었다. 야생에 나와 보니 다들 멜리시 정도의 레벨은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니 다들 강하기는 했지만. 화유는 꼬마돌을 이기고 자랑해달라는 듯 제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비행하는 멜리시를 품에 한 번 끌어안았다가 놓아주었다. 다음은......


"롱스톤, 조이기!"

"그럼 저도! 롱스톤, 자이로볼!"


 상대 짐리더가 꺼내든 포켓몬을 보며, 순식간에 멜리시를 집어넣은 화유는 새로운 포켓몬을 꺼내들었다.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롱스톤은 지금은 화유의 든든한 포켓몬 중 한 마리였다. 레벨을 따지자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상대였다. 화유는 침착하게 필드를 응시했다. 몸통박치기! 짐리더가 다시 한 번 롱스톤에게 명령하는 것을 들으며 화유는 목소리를 높였다. 피하고 조이기! 


 두 마리의 롱스톤이 뒤엉켜 싸우는 모양새를 보며 화유는 잠시 눈을 깜박였다. 향 씨에게 포켓몬의 이름을 짓는 이야기를 나누었었는데, 지금 보니 정말로 이름을 지어줘야겠구나 싶었다. 그래야 자신의 롱스톤과 야생 롱스톤과 타인의 롱스톤을 구분할 수 있을 테니까. 물론 멀리서 봐도 자신의 롱스톤은 자신의 롱스톤이었지만, 타인은 모르지 않겠는가. 


"다시 한 번 마지막으로 자이로볼!"


 화유는 목소리를 높였고, 상대 롱스톤이 쓰러지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첫 번째 체육관은 이토록이나 상냥했다. 제 롱스톤이 구어어 울음소리를 내다가 어리광을 부리는 것처럼 자신에게 안겨오는 모양새를 품에 끌어안아 토닥이며 화유는 가볍게 눈을 깜박였다. 그래그래, 잘 했어. 착하지, 내 롱스톤. 화유의 다정한 속삭임에 롱스톤은 기쁘다는 듯 눈을 방긋 휘며 웃었다. 귀여운 모양새였다.






2015자

Posted by 별빛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