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테스란은 주방에 섰다. 점심시간이 살짝 기울었으니 디저트를 만들 생각이었다. 저녁 준비는 조금 있다가 시작해도 늦지 않으리라. 그는 오늘의 레시피를 한 번 머리 속으로 떠올려보았다. 이런저런 음식들을 만들어서 함께 사는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건 라테스란의 몇 없는 취미 중 하나였다. 이곳의 아이들은 만들어주는 것을 잘 먹어주는 감사한 성향인지라 더더욱 그랬다. 리퀘스트가 들어오는 건 편하기까지 했다. 좋아하는 음식을 요구해주는 거니까. 라테스란은 어제 새벽 주고받았던 말을 잊지 않았다.
오전에 잠시 외출하여 신선한 라즈베리와 큼지막한 딸기를 품에 한가득 따 온 라테스란은 손을 깨끗하게 씻고 정량만큼 중력분이나 설탕, 버터 따위를 준비했다. 미리 약속한 티타임을 위해서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니 그 전에 미리 만들어두고 싶었다. 에센티아와 약속했던 티타임에 언급했던 디저트가 딸기타르트인게 다행이었다. 타르트들은 대체적으로 만드는 방법은 극히 유사했으니까. 정확히는 타르트지를 만드는 방법까지 같았다. 라즈베리는 함께 굽고 딸기 쪽은 먼저 굽는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지금 만드는 건 개인을 위한 디저트였지만.
타르트지를 잔뜩 만들어내고 적당량을 나눠 패닝한 뒤 포크로 부족하지 않을 만큼 구멍을 뚫은 라테스란은 부지런히 다음 작업에 들어갔다. 버터와 설탕을 넣고 잘 저어주다가, 또 계란을 넣고 젓자 반죽이 썩 부드러워졌다. 그 안에 바닐라 엑스트렉과 아몬드가루, 중력분을 정량만큼 넣은 뒤 또 부지런히 저은 그는 잘 만들어진 아몬드 크림을 타르트지 위에 솜씨 좋게 짜냈다. 모든 행동은 물 흐르듯 부드러웠다. 아이들답게 식사도 잘 했지만 간식거리도 좋아했으니 당연했다. 그만큼 자주 만들게 되었으니까. 굽는 도중 넘치지 않을 정도로 적당하게 펴낸 크림 위에 라즈베리를 아낌없이 한가득 박아넣은 소년은 타르트를 미리 예열해둔 오븐에 넣었다. 라즈베리가 모자라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타르트 굽는 냄새는 늘 그렇듯 달콤하고 평온했다. 아몬드와 라즈베리의 향이 뒤섞여서 유독 부드러운 냄새가 났다. 홍차나 커피도 좋지만 우유와 함께 먹는 게 제일 먹기 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노베르는 어떤 음료를 제일 즐겼더라...... 라테스란은 부드러운 고민에 빠졌다. 쓴 것이나 떫은 것은 꺼리던 기억은 났지만, 정확히 좋아하던 음료는 기억나지 않았다. 그러면 전부 준비하면 그만이었다. 이 타르트는 따뜻할 때 먹어야 가장 맛있을테니까. 라테스란은 두어 번 눈을 깜박이고 노베르의 기척을 찾았다. 아래로 쳐진 하얀 귀가 위로 살짝 솟았다. 드워프 특유의 예민한 감각이 노베르를 찾아내는 건 그다지 어렵지도 않았다. 막 구워진 따끈하고 큼지막한 타르트와 여러 음료를 솜씨좋게 쟁반 위에 올려넣은 라테스란은 그를 가볍게 들어 노베르에게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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