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테스란은 미리 오븐에 넣어 둔 타르트지를 꺼냈다. 기본적으로 필요한 밑준비와 재료들은 이미 준비를 끝낸 뒤였다. 소녀와 함께 만드니 손은 덜 가겠지만, 초심자와 기분 좋게 만들기 위해서 신경써야 할 부분도 있었으니까. 맛있어 보이고 큼지막한 딸기를 가져왔다며 뿌듯한 얼굴을 한 에센티아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낸 그는 곧 소녀에게 포크를 쥐어 주었다. 그 앞에 타르트틀에 맞게 모양 좋게 만들어 넣은 타르트지를 놓아주며 라테스란은 소녀에게 부탁했다. 


"포크로 이 타르트지에 구멍을 뚫어 주시겠습니까? 구웠을 때 반죽이 부풀어오르지 않도록 가득 구멍을 내 주세요."

"음! 알았다! 걱정하지 말거라!"


 한 손에 늠름하게 포크를 든 에센티아가 열심히 타르트지에 포크질을 하는 모습을 보며 라테스란도 부지런히 다음 작업에 들어갔다. 분리한 계란 노른자에 소금과 설탕을 넣고 휘핑한 뒤, 미리 데워 둔 럼주와 우유, 꿀을 섞어 이 역시도 휘핑하고, 제대로 머랭이 쳐질 때까지 부지런히 손을 놀렸다. 익숙한 움직임이었다. 노른자 반죽에 채 친 중력분을 넣고 잘 섞어서 반죽을 만든 뒤 틀에 넣어 오븐에 직행. 노릇노릇하게 구워지기 시작하는 카스테라를 한 번 힐긋인 라테스란은 에센티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타르트지에 포크질을 끝낸 에센티아는 기대 어린 눈으로 라테스란을 응시하고 있었다. 다음은? 다음은 무엇이더냐? 금처럼 반짝이는 눈동자가 가감없이 묻고 있었다. 비슷한 황금색 눈동자를 가진 드워프 소년이 옅게 웃으면서 다음 준비물을 꺼냈다. 설탕 녹인 우유에 버터를 넣은 작은 냄비였다. 


"여기서 버터가 녹을 때까지 끓여주시겠나요? 불은 조심하시고요. 버터가 다 녹으면 미리 준비해 둔 이것을 넣고 멍울이 지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저어 주세요."

"에헴! 알았다. 잘 저으면 되느냐?"

"네. 그러다가 기포가 생기면 불을 끄고, 크림치즈를 넣어주시면 됩니다. 그러면 맛있는 크림치즈 커스터드 크림이 될 거에요."


 타르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거랍니다. 라테스란의 말에 에센티아가 눈을 빛냈다. 두어 번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고 냄비에 집중하기 시작한 드래곤 소녀를 보며 라테스란도 제 몫에 집중했다. 에센티아가 준 딸기를 혹시 모르니 다시 한 번 씻고 꼭지를 다 제거한 뒤, 다 구워진 카스테라를 꺼내 썰어 식혔다. 카스테라의 맛은 늘 그렇듯 훌륭했다. 그 뒤 어제 만들었던 생크림에 설탕을 넣어 휘핑하고, 케이크 위에 토핑될 딸기와 타르트 몫으로 사용될 딸기를 제외한 나머지 딸기를 얇게 썰었다. 


 카스테라 윗면에 메이플 시럽을 바르고 생크림을 얹은 뒤 얇게 썬 딸기를 가득 올렸다. 딸기는 가감없이 사용하는 게 맛있었다. 그 위에 또 생크림을 얹고 몇 번 반복하여 층을 잡은 뒤, 겉에다가 생크림으로 반듯하게 모양을 냈다. 제대로 반듯하게 모양이 잡힌 것을 보며 라테스란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케이크는 완성이었다. 라테스란은 막 커스터드 크림을 다 만든 에센티아에게 손짓했다. 


"케이크 위에 딸기를 토핑해주시겠어요, 에센티아?"

"이 몸이 해도 괜찮으냐?!"

"네. 크림은 발랐으니 딸기를 원하는대로 장식해주세요."


 라테스란이 딸기와 크림을 에센티아에게 넘겨주었다. 에센티아가 케이크를 눈앞에 두고 비장한 얼굴을 했다. 기대 어린 얼굴이기도 했다. 딸기를 들고 고민하는 에센티아의 뒷모습을 한 번 보았다가 라테스란이 몸을 돌렸다. 오븐에서 꺼내 식힌 타르트 반죽에 차게 식힌 커스터드 크림을 넣은 라테스란이 생크림을 더 얹고 딸기를 가득 올렸다. 아침에 사용한 라즈베리와 블랙베리도 함께 올리고, 피스타치오를 큼직하게 다져 올린 소년은 급속냉각실에 타르트를 넣었다. 차갑게 식힌 타르트 쪽이 맛있었다. 


"다 했다, 라테스란! 예쁘지 않느냐?"

"멋집니다, 에센티아. 타르트도 다 만들었으니, 이제 슈가파우더를 뿌려 장식하면 끝이에요."


 에센티아가 타르트와 케이크 위에 슈가파우더를 뿌려주겠어요? 저는 코코아와 다른 음료들을 준비하겠습니다. 라테스란이 물을 끓이고 컵을 꺼내 닦으며 웃었다. 에센티아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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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빛_ :




라테스란은 주방에 섰다. 점심시간이 살짝 기울었으니 디저트를 만들 생각이었다. 저녁 준비는 조금 있다가 시작해도 늦지 않으리라. 그는 오늘의 레시피를 한 번 머리 속으로 떠올려보았다. 이런저런 음식들을 만들어서 함께 사는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건 라테스란의 몇 없는 취미 중 하나였다. 이곳의 아이들은 만들어주는 것을 잘 먹어주는 감사한 성향인지라 더더욱 그랬다. 리퀘스트가 들어오는 건 편하기까지 했다. 좋아하는 음식을 요구해주는 거니까. 라테스란은 어제 새벽 주고받았던 말을 잊지 않았다.


 오전에 잠시 외출하여 신선한 라즈베리와 큼지막한 딸기를 품에 한가득 따 온 라테스란은 손을 깨끗하게 씻고 정량만큼 중력분이나 설탕, 버터 따위를 준비했다. 미리 약속한 티타임을 위해서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니 그 전에 미리 만들어두고 싶었다. 에센티아와 약속했던 티타임에 언급했던 디저트가 딸기타르트인게 다행이었다. 타르트들은 대체적으로 만드는 방법은 극히 유사했으니까. 정확히는 타르트지를 만드는 방법까지 같았다. 라즈베리는 함께 굽고 딸기 쪽은 먼저 굽는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지금 만드는 건 개인을 위한 디저트였지만. 




 타르트지를 잔뜩 만들어내고 적당량을 나눠 패닝한 뒤 포크로 부족하지 않을 만큼 구멍을 뚫은 라테스란은 부지런히 다음 작업에 들어갔다. 버터와 설탕을 넣고 잘 저어주다가, 또 계란을 넣고 젓자 반죽이 썩 부드러워졌다. 그 안에 바닐라 엑스트렉과 아몬드가루, 중력분을 정량만큼 넣은 뒤 또 부지런히 저은 그는 잘 만들어진 아몬드 크림을 타르트지 위에 솜씨 좋게 짜냈다. 모든 행동은 물 흐르듯 부드러웠다. 아이들답게 식사도 잘 했지만 간식거리도 좋아했으니 당연했다. 그만큼 자주 만들게 되었으니까. 굽는 도중 넘치지 않을 정도로 적당하게 펴낸 크림 위에 라즈베리를 아낌없이 한가득 박아넣은 소년은 타르트를 미리 예열해둔 오븐에 넣었다. 라즈베리가 모자라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타르트 굽는 냄새는 늘 그렇듯 달콤하고 평온했다. 아몬드와 라즈베리의 향이 뒤섞여서 유독 부드러운 냄새가 났다. 홍차나 커피도 좋지만 우유와 함께 먹는 게 제일 먹기 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노베르는 어떤 음료를 제일 즐겼더라...... 라테스란은 부드러운 고민에 빠졌다. 쓴 것이나 떫은 것은 꺼리던 기억은 났지만, 정확히 좋아하던 음료는 기억나지 않았다. 그러면 전부 준비하면 그만이었다. 이 타르트는 따뜻할 때 먹어야 가장 맛있을테니까. 라테스란은 두어 번 눈을 깜박이고 노베르의 기척을 찾았다. 아래로 쳐진 하얀 귀가 위로 살짝 솟았다. 드워프 특유의 예민한 감각이 노베르를 찾아내는 건 그다지 어렵지도 않았다. 막 구워진 따끈하고 큼지막한 타르트와 여러 음료를 솜씨좋게 쟁반 위에 올려넣은 라테스란은 그를 가볍게 들어 노베르에게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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