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테스란은 제 방 책장을 조금 뒤졌다. 약간 손때가 탄 노트가 몇 권이나 나왔다. 라테는 그 노트 중 한 권을 쥐어 가볍게 팔락거렸다. 이제껏 보았던 요리책에서 정리하거나 자신이 스스로 알아내 만든 레시피들이 한 장도 빠짐없이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라테스란의 보물 중 하나였다. 몸이 건강해진 뒤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 노력했고, 닥치는대로 손대는 대신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골랐다. 요리는 라테스란의 특기 중 하나였다. 이것저것 만들어내고 이곳 사람들의 입맛에 하나하나 맞추는 건 재미있기까지 했다. 각자의 몫으로 나눠놓은 카테고리도 있었다.
단 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서 디저트 레시피가 꽤 많았다. 그 중에서도 메르는 온도가 찬 것이나 단 것을 좋아해서, 종류별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준 적이 있었다. 아이스크림 레시피가 빼곡하게 적힌 페이지에 라테스란이 종이를 끼워 두었다. 몇 장 더 페이지를 넘기니 망고를 갈아서 차갑게 만든 주스 레시피가 있었다. 이것도 맛있었지요. 라테스란은 그 페이지에도 표시를 했다. 페이지가 넘어갈 때마다 표시가 화려해졌다. 라테스란은 다른 노트를 쥐었다. 이번 것은 조금 독특한 레시피였다. 친구인 미라에게 물어봤던 한식 레시피가 그 안에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이곳의 재료를 사용한 터라 약간 어레인지는 필요했지만, 맛이 비슷하다며 그녀가 고개를 끄덕여줬었다. 라테스란은 그 중 몇 개의 레시피를 골라냈다. 달짝지근한 양념이 들어갔던 불고기라던가, 조금 맵지만 평가가 괜찮았던 떡볶이나, 식혜 같은 것들. 독특한 것들이고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으니 메르도 신기하게 보아 줄 터였다. 한 번 이상 만들어 먹인 적은 있었지만 레시피로 배우는 일은 또 느낌이 다를 터이니. 그는 모든 일에 호기심 넘치게 반응하니 레시피도 호기심 넘치게 공부해 줄 터였다.
라테스란은 표지가 덕지덕지 붙은 노트들을 한 번 쓰다듬었다. 자신이 써 놓은 레시피는 비교적 깔끔했지만 그럼에도 라테스란이 알아보기 쉽게만 적어놨기 때문에, 그는 다른 얇은 노트에 남에게 보여도 괜찮을 정도로 자신이 표시해 둔 레시피를 새로 깔끔하게 정리했다. 깃펜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라테스란은 저가 그럭저럭 글씨를 잘 쓴다는 사실을 조금 다행이라고 여겼다. 이는 선물로 줄 생각이니 후줄근하게 써 둔 꼴을 보일 수는 없었다. 반듯한 글씨체로 또박또박 적힌 깨끗한 노트를 만족스럽게 응시하며 라테스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메르가 어디에 있을지 라테스란은 조금 고민했다. 평소 느긋하게 아래를 향하는 귀가 위를 향해 쫑긋하게 섰다. 몇 번 좌우로 살짝 쫑긋거린 귀가 소리에 집중했다. 이 쪽이려나요. 라테스란이 손에 노트를 들고 복도를 따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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