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만들었는가? 를 묻느냐면, 사실 별 이유 없이 만들어 둔 공간이었다. 어린 아이는 본래 비밀스러운, 자기만의 공간에 매력을 갖기 마련이었으니까. 어린 파에노아 역시도 똑같은 이유로 이러한 비밀 공간을 만들었다. 그의 특기 마법은 대지 마법이었기에, 공간을 마련하기는 어렵지도 않았다. 바위 틈새에 공간을 내고 그 안에 이런저런 물건들을 채워넣었다. 아직 남자아이라는 것을 밝힐 수 없었던, 철저하게 여자아이 차림을 해야만 했던 시절에는 이곳에 들어와서 잠시 쉬는 게 위안이기도 했다. 그만큼 타인 그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은 공간이었지만, 파에노아는 첫 번째 손님으로 웬디를 이곳에 초대했다. 의외의 일이었다. 그는 스스로도 잠깐 의외라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잔뜩 가라앉은 기색인 웬디를 보면 제 선택에 크게 후회는 없으리라는 판단이 들었다. 웬디는 파에노아가 내민 손을 잡아주었고, 안쪽은 꽤 천장이 낮고 어두웠지만 그럭저럭 포근했다. 그야 익숙한 공간이었지만 웬디는 아닐 것이 뻔했기에, 파에노아는 퍽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안쪽으로 들어가는 길은 그다지 길지 않았고, 둥글게 파진 공간이 곧 모습을 드러냈다. 폭신폭신하고 포근한 담요들이 바닥을 잔뜩 덮고 있었고, 둥글둥글 귀여운 인형이 두어 개, 한구석에 대지 마법에 대한 책들이 온통 쌓여있었고, 노트나 필기구가 이리저리 너부러져있었다. 공간 안쪽은 꽤 생활감이 넘쳤다. 이크크. 파에노아는 은근슬쩍 그것들을 한구석으로 치웠다. 혼자 놀고 뒹구는 공간이다보니 청소에 대한 개념이 흐릿했었다. 아닌 척 그 위에 담요를 덮어버리며 파에노아는 능청스럽게 배시시 웃었다. 웬디는 공간을 찬찬히 돌아보다가 전기가 들어오는 천장을 보고 있었기에 그 하는 모양새는 보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는 황금색 눈동자를 도록 굴렸다가 금방 미소지었다.
그는 구석에 얌전히 자리잡고 있는 작은 냉장고를 열었다. 여기에 전기를 넣기 위해서 어린 시절 온갖 쇼를 했던 게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고생한 보람이 있어서 여기서 전자기기를 충전하고 작은 냉장고도 넣을 수 있었지만. 파에노아는 냉장고 속에 얌전히 들어있던 마카롱이며 슈크림 따위를 꺼냈다. 종종 생각날때마다 꺼내먹기 위해 간단한 간식거리는 꼬박꼬박 채워뒀는데, 과거의 자신을 잠깐 칭찬하며 파에노아는 웬디를 돌아보았다.
"웬디, 거기 있는 담요랑 쿠션 위에 앉아요~. 자아, 그리고 이거 먹어요. 이 슈크림, 맛있답니다~."
"고마워......?"
"맛있는 걸 먹는 것만큼 기분이 나아지는 일도 없다고 알고 있어요~."
냉장고에 있는 거 다 먹어도 괜찮으니까, 같이 먹어요~. 파에노아가 그리 말하며 슈크림을 크게 한 입 먹었다. 그 하는 모양새를 말끄러미 보고 있던 웬디가 조심스럽게 제 몫의 슈크림을 한 입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