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즈. 짧은 주문과 함께 길고 매끈한 몸체를 되찾은 지팡이를, 파에노아는 단단히 움켜쥐었다. 제 키보다 조금 작은 수준의 긴 지팡이를 땅에 찧으며 소년은 길게 숨을 뱉었다. 긴장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 하지만 파에노아는 머리카락을 자르면서 결심한 게 있었다. 반드시 파에노아 아스트라 플라네타라는 이름에 걸맞는 사람이 되겠노라고. 별 고민없이 지켜오던 전통을 지키는 짓은 이제 그만두었지만, 평생 그 이름 아래 제 1 율법을 영원토록 지키면서 살아가겠노라고 맹세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파에노아는 일단, 제 곁에 있는 이들을 단 하나도 잃어서는 안 되었다. 아직 목표를 정하지 못한 파에노아에게 있어서, 이들 전원은 모두 그 후보였다. 황금빛 눈동자가 날카롭게 치떴다. 소년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리로 오라! 부르는 목소리에 어디선가 카드가 날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공미포 329)
지금 이 유니온 중등부 3학년 중에서 대지 속성을 중심으로 가지고 있는 마법사는 총 셋. 하나는 파에노아 자신이었고, 또 한 명은 드와이트, 마지막은 네아이라. 셋으로 이 거대한 대지 카드에 맞서다니, 이것 참. 평소였으면 도망가야 옳았다구요~. 파에노아는 농담처럼 중얼거렸다. 사실 그는 전투와 환각 마법이 특기인 집안에서 자라며 전투 마법과 방어 마법을 배우기는 했지만, 성격 상 뒤에 살짝 빠져서 사건 조작, 은폐 혹은 소문 퍼트리기 쪽이 더 잘 맞았다. 신체능력이 그다지 좋지 않은데다가 특기 마법인 대지 마법을 제외하면 마력 상태가 워낙 들쭉날쭉해서였다. 뭐어, 카드 찾기 하면서 다른 마법 실력도 조금은... 늘었지만요! 파에노아가 이 쪽을 향해 날아오는 돌덩어리를 보며 다시 한 번 지팡이를 내리찍었다. The Shield──! (공미포 313)
늘 싱글벙글 웃는 얼굴에, 방싯방싯 애교 넘치는 성격으로 적당히 숨기고 살았지만 파에노아는 기본적으로 경계심이 강했다. 당연히 친구를 사귀는 선도 좁고 높았다. 그에게 친구를 묻는다면 망설이지 않고 나오는 이름은 고작해야 하나 정도였다. 초등부 진급 시기에 말을 트기 시작해서, 이제는 친구라고 생각하는 알렌. 그 다음을 묻는다면 파에노아는 망설이기 시작할 터였다. 으음. 친구가 되어도 괜찮을까?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몇 명이고 생겼지만 (예를 들자면 채화라던가, 포이보스라던가, 발렌티나같은.) 여전히 선뜻 말하기에는 머뭇거림이 생겼다. 더군다나 그는...... 파에노아는 지팡이를 단단히 고쳐잡았다.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건 분명 듣고 또 들었던 명심의 말이었다. {공미포 291)
다들 다친 곳이 없을까요? 파에노아는 잠깐 주변을 둘러보았다. 일단 눈으로 보기에는 괜찮은 듯 보이는데...... 실드는 성공한다면 그 무엇보다 강력한 방패가 되어줄 수 있었다. 상대의 마력보다 이쪽이 후달리는 터라 종종 깨지기는 했지만, 강력한 마력만 받쳐준다면 실드는 최강의 방패. 파에노아는 그 이름이 탐나서 실드를 원했다. 그가 사용할 수 있는 대지 카드는 루프도 있었지만 굳이 실드를 고집해 사용하면서 드와이트와 네아이라의 방패를 자처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대지 마법에는 자신이 있었으니, 정신만 집중하고 마력만 똑바로 쓴다면 파에노아는 그들을 제대로 지켜낼 수 있었다. 그만 제대로 행동한다면. 파에노아는 심호흡을 하고, 흔들리는 땅에서 중심을 잡핬다. 사실 슬슬 마력이 문제가 아니라 체력이 딸리기 시작했지만, 그걸 티낼 수는 없었다. 모두가 싸우고 있었다. (공미포 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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