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VS 인텔리레온
"그리고 세 번째..... 인텔리레온이네요. 이 아이는 처음 보죠? 저도 보는 건 처음인데."
울머기가 이 섬에 산다고는 하는데, 음. 만나 본 적은 없으니까요. 소녀는 잠시 하늘을 보았다가 포켓몬들을 보았다. 길쭉하고 날렵하고 강력한 포켓몬을 다른 포켓몬들은 모여 뭔가 평가하고 있었다. 물 포켓몬도 하늘의 별처럼 많으니 이 녀석이 어떤 녀석인지 대부분 모르는 것 같았다. 가라르의 포켓몬이기도 하니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팽도리는 어머니에게 받은 신오의 아이들이었고, 다른 아이들은 야생 인텔리레온이 살지 않는 이 섬 출신이니까. 그나마......
"플로젤, 맡길게요."
플로젤이 람의 곁으로 오기 전 살았던 곳에서 울머기도 산다고 알고 있었다. 물론 제일 첫 모습과 최종진화형이 많이 다르다는 것 정도는 팽도리와 엠페르트만 봐도 알 수 있지만. 꼭 서식지 문제가 아니더라도 순서상 플로젤에게 부탁할 생각이었으니까. 세 번째로 지목받은 플로젤이 잠시 코를 찡긋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첫 두 번은 처음이니까, 마지막 두 번은 마지막이니까 버틸 수 있다면 본디 중간이 제일 까다로운 법이었다. 그 자리를 잘 맡아주리라 믿으며, 소녀가 플로젤을 가볍게 몇 번 쓰다듬어주었다. 소녀가 제일 좋아하는 포켓몬은, 아주 예전부터 플로젤이었으니까.
"아쿠아제트!"
"방어로 막아!"
플로젤의 날카로운 아쿠아제트가 인텔리레온의 방어막에 단단히 가로막혔다. 외형과 달리 묵직한 한 방이 만만찮은 상대였다. 하기야 선생님의 포켓몬 중에 안 그런 아이들이 없지만! 람은 인텔리레온의 인정사정없는 노려맞히기가 플로젤에게 직격하는 것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슬슬 트레이너의 정신력 싸움이 되어가고 있었다. 여기서 벌써부터 무릎을 꿇을 마음은 없었지만! 플로젤에게 손짓하여 카레를 한 입 먹여주며 소녀가 길게 숨을 뱉었다.
한 방이라도 맞으면 두 방은 버티지를 못하니 무조건 회복을 시켜야만 했다. 그러니 더더욱 배틀이 딜레이되고 있는데도 생글생글 유쾌하게 미소짓는 선생님과 버티고 있는 포켓몬은 여전히 강인하다는 점에서 소녀는 미약한 경외심을 느꼈다. 정말이지 강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러니, 역시 한 번 쯤은, 상대가 놀아주는 입장이더라도 이겨보고 싶지 않겠는가?
"플로젤! 다시 한 번 아쿠아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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