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도전
"......무지카 선생님의 포켓몬은 이렇게 여섯 마리에요."
람은 옹기종기 모여 앉은 제 여섯 마리 포켓몬이 화면을 여전히 빤히 응시하고 있는 모습을 쳐다보았다. 다들 느끼는 게 다른지, 심각한 얼굴인 녀석이 있자면 싱글벙글 웃는 녀석도 있었고, 평소와 전혀 다를 바 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녀석도 있었다. 람은 어딜 둬도 부끄럽지 않을 제 포켓몬들을 응시하며 어깨를 한 번 으쓱했다. 선생님은 '시험관' 답게 사용하는 포켓몬과 그 순서, 기술배치까지 아낌없이 공개한 상태였다. 실제로 공격력은 학생인 이 쪽과 차원이 다르고. 도전자의 시선에서 보기에 이 시험은 꾸준히 회복하고 또 회복하며,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는 상대에게 굴하지 않고 덤비는 배짱과 근성을 시험하는 시험이었다. 그리고 배짱과 근성이라면, 람과 포켓몬들이 절대 질 수 없는 분야이기도 했다.
"한 포켓몬 당 한 마리 씩. 그러니까 다들 한 마리씩 승부할거에요."
그 말에 포켓몬들이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주인을 보는 눈에는 호기심이 절반, 누구는 확신도 조금. 걱정이나 두려움도 어느 정도. 그리고 이 쪽을 향한 신뢰가 확실한 빛으로 빛나고 있어서, 람은 마주 방긋 웃어주었다.
"그럼 이제 순서를 말해줄게요. 첫 번째는──."
소녀는 낡은 문 앞에서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데려온 포켓몬은 총 여섯 마리. 부족함 없이 끓인 카레는 가방에 가득 차 있었고, 포켓몬들은 제 허리에 매달려 자신의 의욕을 아낌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좋아요, 잘 할 수 있죠? 람이 눈썹에 힘을 주고 씩 웃었다. 지금 상대할 수 있는 가장 강한 물 타입 트레이너에게, 자신의 근성을 보여줄 차례였다. 문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을 무지카 웨스트우드에게 자신이 어떤 꽃으로 피어났는지 보여주기 위해서.
"그럼...... 가죠!"
문을 열어젖혔다. 호수의 눈동자를 가진 귀부인에게, 바다처럼 빛나는 아직 어린 소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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