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어.
소년은 몬테에게 받은 평가를 세상 기쁘게 받아들였다. 하얀 귀가 기분 좋게 파닥거렸다. 하얀 드워프 소년은 보랏빛 드래곤 소년을 마냥 귀엽게 응시했다. 몬테는 다른 오르의 아이들 중에서도 제일 본능적인 면모가 강하고 야생적인 아이였기 때문에 소년이 더 신경 쓰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거기에 새로운 이유를 덧붙이자면, 또한 드래곤이기도 했으니.
라테스란은 드래곤에 대한 이상한 소문이나 과거의 일로 인한 대리물림식의 원망을 전혀 모르는 상태로 자랐기에, 축제에서 본 다른 드래곤들의 모습은 꽤 놀라움을 주었다. 드래곤들이 사회에서 어떤 시선을 받고 그의 친구들이 어떤 기분을 느꼈는지조차 몰랐다. 그건 하나의 죄책감이기도 했다. 평범한 드워프 소년은 그런 기분을 느낄 리 없고 느낀 적도 없이 자랐으니까. 그들 역시도 마땅히 이래야 옳건만. 소년은 약한 우울함을 떨쳐 내려 노력했다. 가라앉아 있어 보았자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알량하게 타인을 동정하지 않으려 했다.
간장게장을 깨끗이 비우고 남은 핫케이크를 몇 장이고 먹는 몬테를 소년은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맛있는 것을 맛있게 먹어주는 게 좋았고, 그 맛있는 게 제 손에서 나온 음식이라면 더더욱 좋았다. 라테스란은 타인에게 맛난 것을 선물해주고 상대가 즐거워하는 얼굴을 보는 게 좋았다. 행복을 선물해주는 느낌은 퍽 매력적인 감각이었다. 인상이 날카롭고 감정적인 몬테는 그만큼 솔직한 면모가 있었다. 라테스란의 음식에 녹아내려 말랑한 표정을 보여주는 건 요리사로서 더없이 뿌듯한 감상이었다. 소년의 꼬리가 좌우로 휙휙 움직였다.
"맛있어요?"
"맛있어."
"다음에 또 해줄게요."
"진짜?"
"진짜진짜."
한입에 핫케이크를 밀어 넣어 뺨이 빵빵해진 몬테가 고개를 들어 라테스란을 보았다.
시선이 마주친 소년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사과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레시피를 배워왔거든요. 애플 업사이드다운 케이크는 저번에 말해줬었죠? 그거 말고도 무스 케이크나, 구운 사과 그라탕, 사과 컴포트 만드는 법을 새로 배워왔어요. 신선한 사과가 있으면 잔뜩 만들 수 있으니까. 다음에 보팔과 함께 나가서 사과를 좀 사 올게요."
원래 만들 수 있던 사과 요리까지 합치면 꽤 근사한 사과 파티를 즐길 수 있을 거예요. 새콤달콤하고 맛있을 거랍니다. 마차에서도 꽤 소란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도착했고, 몬테도 더 이상 폭력은 안 쓰고 참아줬잖아요? 인내는 배웠다는 것만으로도 기꺼이 높은 평가를 받아 마땅하죠. 칭찬의 의미로 더 만들어 줄게요. 참 잘했어요. 정말 착해요, 몬테. 소년의 목소리는 약간의 운율이 붙어서 언뜻 노래처럼 들렸다. 몬테가 가벼이 눈을 몇 번 깜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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