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앙수즈, 대화

2018. 1. 30. 20:10 from Fantasy/Lattelan




 라테스란은 독립하면 무엇이 되고 싶은가? 하얀 귀가 한 번 하늘을 향해 솟았다. 소년은 사실 제대로 된 목표가 있었다. 누군가 듣는다면 믿을 수 없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될 정도의 목표가. 아직 아무에게도 말한 적 없었지만. 정확히는 누군가의 목표를 이어받은 것에 불구하지만 그럼에도 번듯한 목표가 있었다. 은발의 소년은 제 옆을 걷고 있는 검푸른 머리카락의 소년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앙수즈는 말이 많고 다채로워서, 그와 대화하는 것은 즐거웠다. 조금 소란스러웠지만 그 역시도 앙수즈가 가진 호쾌함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유쾌하기까지 했다. 라테스란은 가볍게 눈을 깜박였다. 

 앙수즈는 돈을 원했다. 라테스란은 그의 심리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었다. 라테스란에게 있어서 돈이란, 가만히 있어도 굴러들어오는 '무언가'였다. 너는 금전운이 좋다는 말은 이곳에 오기 전 귀가 닳도록 들었다. 황금의 축복이라도 받았다며 어화둥둥 받은 적도 있었다. 라테스란은 이해할 수 없었다. 다만 그 사실은 타인에게 숨기는 게 좋다는 말을 얌전히 따랐다. 


 그런 라테스란이기에, 힘을 내서 돈을 벌고 싶어하는 앙수즈의 말은 절반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가 부유해져 행복한 삶을 바라는 듯 보인다는 정도까지는 이해했다. 행복의 대부분에는 돈이 필요하다는 상식까지는 알았기에, 라테스란은 그저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였다. 저가 앙수즈의 행복추구에 일정부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소년은 막연하게 생각했다. 라테스란은 이 세피로스의 아이들을 모두 좋아했고, 앙수즈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소년은 귀를 한 번 까딱했다. 제 방 문 앞에 서기까지는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라테스란이 처음 오르의 아이들이 되었을 때는 18살이었고, 그는 룸메이트 없이 이곳에 온 처음부터 독방을 썼다. 이 방은 라테스란이 온 이후로 내내 갈고닦아 온 공방이기도 했다. 방 한쪽 벽은 수조로 꽉 차 있었다. 수조에는 물고기가 살지 않았다. 마을에서 보팔과 함께 사 온 새우 몇 마리와, 빼곡한 돌들이 그 안에 가득 있었다. 라테스란의 솜씨대로 모양 좋게 깎여 있는 돌이었다. 동물 모양인 것도 있었고, 보석처럼 커팅을 넣은 돌도 있었다. 물 속에 있는 그 돌들은 얼핏 보석처럼 보일 만큼 반짝거렸다. 

 진짜 보석은 거의 없고 대부분 평범한 돌이었다. 라테스란은 안쪽으로 들어서서 앙수즈에게 손짓했다. 눈을 반짝이고 있떤 앙수즈가 라테스란의 손길을 따라 가까이 다가왔다. 소년이 가장 아래쪽 서랍을 열었다. 모두가 사용하는 가구와 크게 변함없는 모양새의 서랍 안은 번쩍거렸다. 라테스란은 무심한 손길로 서랍을 빼서 그 안 물건을 보여주었다. 목걸이며 귀걸이, 팔찌, 서클렛. 보석과 광물로 만든 장신구들이 그 안에 들어 있었다. 


"예전부터 만든 것이라, 못 만든 것도 꽤 있습니다만."


 추억 삼아 남겨둔 것이 대부분입니다. 라테스란은 무난하게 눈을 깜박였다. 보석의 비율은 청록색이 대부분이었지만, (그 보석들은 레바나에게 받은 것이었다) 개중에는 푸른 색이나, 붉은 색도 있었다. 라테스란이 외출했다가 우연히 주운 보석들이었다. 소년은 몇 번 귀를 까딱이며 그 안을 뒤적였다. 장신구들이 부딪혀 짤랑이는 소리가 났다. 라테스란은 그 중 하나를 쥐어들었다. 앙수즈는 장신구로 몸을 꾸미는 일에 크게 관심이 없어 보였지만, 라테스란은 타인을 보석으로 꾸미는 일에 상당히 관심이 있었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다운 것으로 꾸미는 건 얼마다 보람있는 일인지. 라테스란은 어여쁜 것을 퍽 좋아했다. 그가 손에 쥔 장신구는 팔찌였다. 사파이어를 깎아 돌고래 모양으로 핵심 장식을 만들고 은실에 띄엄띄엄 크기 작은 사파이어를 연결하여 꾸민 팔찌는 그럴듯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이건 아이나르에게 주겠습니다."


 라테스란이 그것을 앙수즈에게 내밀었다. 이유를 묻는다면, 글쎄. 방에 찾아온 손님이니까. 혹은 같은 오르의 아이들이라서. 친구니까? 나중에 계약할 사이라고 해야 순순히 받을까. 라테스란은 꼬리를 살살 흔들며 내심 고민했다. 눈앞의 앙수즈가 물끄러미 장신구를 응시했다. 






(1502)

Posted by 별빛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