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바다를 무서워하게 된 지는 사실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라테스란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다. 문 너머로 다녀오는 산책은 그럭저럭 즐거웠지만, 라테스란에게는 제 할 일이 있었으니까. 오우거에 다칠 위험도 있었고, 그는 안전제일과 신체무사를 주장하는 사람으로써 걸음을 조심하고 있었다. 잎사귀보다는 물거품이 더 안전해보입니다만. 로제타 님이 오우거를 그곳에만 풀어놓으셨나? 물에 오우거를 풀면 오우거도 죽어서? 라테스란은 고개를 한 번 갸웃거렸다. 


 별 대단치 않은 생각을 하며 그는 보팔과 함께 당근을 다듬고 음식을 만들었다. 달팽이를 이용해서 제대로 만찬을 차릴 때에는 뿌듯하기까지 했다. 달팽이 요리는 처음 만들어보는 터였는데도 그럭저럭 만족할 만큼의 맛이 나와서, 신이 난 나머지 너무 많이 만들어버렸지만, 다들 잘 먹어줄 터이니 걱정은 없었다. 만찬에 이어서 달팽이 살을 발라 미라에게 배워 만든 김치라는 것을 잘게 썰어 볶음밥을 만들기까지 했다. 맛은 적당히 맵고 담백했다. 달팽이살은 쫄깃했고. 돼지고기살을 넣거나 아예 김치와 밥, 계란 정도만 사용한다고 미라가 그랬습니다만...... 라테스란은 곰곰히 생각했다. 달팽이살까지 추가한다 해서 미라가 못 만들었다 폄하할 리는 없지만 조금 걱정되기는 했다. 맛은 좋은 것 같은데. 소년은 고개를 한 번 갸웃했다. 그래도 야생에서 주울 수 있는 달팽이들을 포획해 좀 더 통통하게 살을 찌워서 달팽이 요리를 만드는 일은 괜찮겠다고 소년은 덧붙여 생각했다. 



 부지런히 일을 하다 보면 시간은 금방 갔다. 라테스란은 그럼에도 종종 고개를 돌려 물거품의 문 방향을 응시했다. 문 가까이 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 마르고 뽀송뽀송한 수건을 그 앞에 두고 간 적도 몇 번이나 있었다. 사용하고 젖은 수건을 수거해서 빨고 건조시켜 잘 접어 넣어두기도 했다. 다만 선뜻 그 문을 넘기는 부담스러웠다. 산양의 귀와 꼬리를 가진 드워프는 저도 모르는 사이 귀와 꼬리를 아래로 축 늘어뜨렸다. 

 바다는 정말 좋아했다. 꿈과 로망이 가득하다며 동화책에서 읽었을 때부터 그 너머를 꿈꾼 적도 있었다. 그런 바다를 이토록이나 두려워하게 된 건 1년 고작 되었다. 소년은 껄끄러운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물끄러미 문을 응시했다. 턱을 괴고 눈을 내리깔았다. 새하얀 속눈썹이 가만히 눈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럼에도 잎사귀의 문만 서성이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라테스란은 적당히 마음을 정리하려 노력했다. 그나마 물거품의 문 너머는 안전하다는 것을 아니까. 안전...... 하겠지? 수영 따위는 조금도 할 줄 모르는 드워프는 조금 더 걱정스러워졌다. 


 소년은 방으로 돌아와 마을에서 사 온 새우를 수조에 넣었다. 라테스란이 돌아오자 보팔과 함께 문 너머에서 주워 온 독수리가 부드덕거리며 소년을 반겼다. 다친 날개를 괜히 혹사시키지 말라며 소년은 작게 핀잔했지만. 알록달록한 돌들이 잔뜩 들어있는 수조에 들어온 새우가 재빠르게 그 틈새로 몸을 숨겼다. 라테스란은 끔벅끔벅 눈을 깜박이며 저가 만들어둔 아주 아담한 물 속 세상을 응시했다. 이제는 물거품의 문을 넘어봐야겠지요. 소년이 손으로 수조 표면을 살짝 쓸어보았다. 그는 이 1년동안 인어들의 수로 근처에도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 비 오는 날도 아주 질색이었다. 만약 비가 거센 바람과 천둥번개를 동반한다면 그는 귀와 꼬리를 바짝 세운 채로 부끄러움을 감수한 채 베개를 끌어안고 오르 님의 방문을 두드릴 용의도 충분히 있었다. 


 지금은 잔잔한 바다일테니까 도전해보아야겠지요. 오르 님과 다른 친구들에게 폐를 끼칠 수는 없고. 폭풍우가 치려는 낌새가 보이면 바로 여기로 도망칠테니까. 수많은 안전장치를 머리 속에 걸어두고, 라테스란은 몇 번 더 심호흡했다. 물거품의 문 주변을 빙글빙글 맴돌며 응시하는 시선은 여전히 껄끄럼했다. 시간이 넉넉하고 관계가 편한 인어 친구가 있었다면 거리낌없이 함께 가 달라 부탁했겠지만 지금은 없었다. 라테스란의 꼬리가 바닥을 탁탁 쳤다. 수영 못 하고 숨도 못 쉴 텐데 어떻게 들어가지. 아니면 줄이라도 묶어둬야하나. 별별 고민들로 라테스란의 눈이 핑글핑글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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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빛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