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랩몬. 데이터종. 성장기. 넷의 바다 속에 녹아 있는 금속 데이터를 몸에 붙여 비약적으로 전투 능력을 향상시킨 갑각류형 디지몬. 필살기는 날카로운 왼쪽 집게로 상대의 목을 노리는 [시저스 엑스큐전].
루카는 막 디지바이스에 떠오른 크랩몬의 설명을 가만히 눈에 담았다. 넷의 바다. 이건 뭘까? 금속 데이터. 이건 또 뭘까. 그렇다면 크랩몬의 몸은 껍질이라기보다는 강철에 가까운 걸까? 물론 단단하기는 했지만... 잘 깨지지도 않을 것 같았고. 그렇지만 정말로 강철일까? 넷의 바다란 건 뭘까. 크랩몬은 바다에는 가 보지도 못했는데. 둥실몬이 진화하면서 크랩몬이 되는 그 사이에 대체 뭐가 있었길래 이런 식으로 진화할 수 있는 걸까? 루카는 차분하게 고개를 기울였다. 갑각류형 디지몬. 이러한 분류가 디지몬 사이에서도 있는 거구나. 필살기의 경우에는 이미 크랩몬의 설명으로 알고 있는 부분이었으니 넘어가도 좋았다. 루카는 네모반듯한 제 디지바이스를 잠시 매만졌다.
"루카, 무슨 생각해?"
"그냥."
크랩몬이 저에게 살짝 몸을 기대는 것을 루카는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천천히 크랩몬을 토닥이며 루카는 제 디지바이스를 눈에 담았다. 디지바이스. 하늘에서 떨어진 그 별. 소년은 그 위에 덤덤하게 적혀진 디지몬에 대한 설명을 두어 번 더 읽었다. 다른 디지몬들의 설명을 읽어도 의아한 점이 생기기는 마찬가지였다. 디지털 월드는 여전히 의문이 많은 세계였다.
이런 걸 알고 싶어 하니까 이 문장이 온 걸까. 그치만 누구나 궁금해 할 텐데. 여전히 잘 모르겠어. 보랏빛으로 반짝이는 문장을 목에 걸고 소년은 크랩몬의 단단한 집게발 한 쪽에 머리를 기댔다. 크랩몬은 루카가 이리 기대어오는 것을 좋아했다. 차마 쓰다듬어주지 못해 방긋방긋 웃기만 하는 크랩몬을 저가 대신 토닥여주며, 루카는 디지바이스를 주머니에 넣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것은 그와 거의 동시였다. 오늘은 다시 떠나야 하니 다시 점심을 먹으러 갈 생각이었다. 밥 먹으러 가자, 크랩몬. 루카가 작게 속삭이자 크랩몬이 활짝 웃었다. 응, 루카! 마냥 좋다는 목소리였다.
(공미포 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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