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AU 3

2018. 12. 2. 03:29 from others/Otohara Ruka

전 몰랐지 이게 3편까지 올지... 근데 오더라구요 모든 상황은 저 좋을대로 만들어낸 날조이며 언제든지 다른 상황을 가정해서 썰을 풀 수 있고 저는 하토라의 설정과 썰을 듣고 보고싶은 장면을 작성한 것이며 (횡설수설 변명하기) 로그를 쓰는 것은 정말로 제가 보고싶어서 쓰는 거니까 부담 갖지 않아주시면 좋겠어요 그냥... 같이 좋아해주시면 저도 좋고 그런 거니까요 ><);;!!

*






 비가 오고 있었다. 벌써 며칠째 줄기차게 내리던 빗줄기는 이제 한결 약해져있었지만, 그럼에도 끈기있게 모습을 지키고 있었다. 온 공기에 습기가 가득했다. 성체가 되었으나 아직 어린 용은 그러한 환경이 마음에 쏙 들었다. 애초에 비를 좋아하던 용이었으니 성체가 되었다고 해도 개인의 호불호가 변했을 리 없었다. 별 일 없을 거라며 비 오는 날씨 탓에 더 화려한 장미 모양이 된 머리카락을 손으로 빗어내리는 무녀를 뒤로 하고, 흰 종이우산을 손에 든 용은 일찌감치 신사 바깥으로 나왔다. 늘 가던 신령의 마을로 향하는 발걸음은 조금 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만큼 가벼웠다. 


 용은 지상에 내려온 뒤 끊임없이 제 사랑의 곁을 맴돌았다. 그에게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는 멀게, 허나 도움을 줄 수 있을 정도로는 가깝게. 덕분에 그가 보살피는 마을의 사람들과 안면을 트고 조금씩 친해지기까지 했다. 용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았고, 인간의 생활에 도움이 될 사소한 능력도 다양했으니까. 우물물을 깨끗하게 해주거나, 새 물길을 파는 일은 성룡에게 있어서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오늘은 비가 오니, 그는 오늘도 집에 머물까. 그럼 나는 마을의 작물이 무너진 것이 없을까 비에 산이 쓸려가지는 않을까 마을을 조금만 살펴보고 돌아갈까...... 용은 가벼이 눈을 깜박였다. 높이 올려묶은 머리카락 절반과 달리 길게 늘어뜨린 절반의 머리카락이 허리춤에서 부드럽게 흔들렸다. 땋은 옆머리를 손가락으로 꼬며 용은 가벼이 콧노래를 불렀다. 호흡 한 줌마다 습기가 가득 차는 지금 이 상황이 마음 가득 만족스러웠다. 


 멀리서나마 얼굴을 한 번만 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용은 작은 아쉬움을 삼켰다. 그래도 너무 욕심을 내면 안 되겠지. 용은 느리게 마음을 단념하며 몸을 돌렸다. 그 집 있는 방향이라도 보겠다는 욕심이었다. 

 그리고 몸을 돌린 순간 마주한 시선에 그대로 얼어버린 용이 무심코 한 발자국 물러섰다. 본능적인 반응이었다. 새파란 눈동자에 한가득 자색이 들어찼다. 놀란 눈의 하토라와 시선이 마주친 루카는 심장이 튀어나올 것처럼 놀랐다. 너무 놀라 뿔이 튀어나오지 않은 게 불행 중 다행이었다. 두근거리는 가슴 위에 손을 얹으며 숨을 들이삼켰다. 집에 있을 줄 알았는데. 기척을 짚지 않은 탓인지, 아니면 비가 온다고 들떠 있던 탓인지 모르겠지만 제 등 뒤에 하토라가 설 때까지도 그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자기 자신을 탓하며 용은 옷자락으로 제 얼굴을 조금 감췄다. 안 봐도 지금의 저가 꼴사나운 모양새를 하고 있음을 알았다. 얼굴색부터 관리하기 힘들었다. 


 우산에 빗물 떨어지는 소리가 고즈넉했다. 처음으로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진 사랑의 모습에 루카는, 겉으로 티내지 않았으나 몹시도 긴장했다. 귓가가 불긋했고 뺨은 보기에 사랑스러울 정도로 발그레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심장 두근거리는 소리가 빗소리보다도 커서 상대의 귀에 들리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작게 입을 달싹였다가 천천히 닫았다. 무슨 말을 해야할 지 알 수가 없었다. 차마 시선을 피하지도 못하고 쩔쩔매다가, 용은 조금 더 용기를 내서 입을 열었다. 


"날씨가, 좋구나."


 비 오는 날은 좋아하느냐? 초면의 상대에게 던지기에는 그다지 좋은 질문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사랑을 앞에 두고 긴장한 어린 용이 건낼 수 있는 최선의 말이었다. 대신 용은 곱게 웃었다. 처음 제 사랑에게 말을 붙여 본 기쁨이 걷잡을 수 없이 용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희고 고운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걸렸다. 긴 머리카락이 용이 웃으며 어깨를 살짝 들썩이는 움직임에 맞춰 작게 출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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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빛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