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노바
「피가 통한다」는 개념을 중요하게 여기는 종족은, 이 세피로트에서 드래곤뿐이었다. 그 외에는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인어, 인간. 드워프는 그 테두리에 없었다. 적어도 라테스란에게는 당연했다. 드래곤을 제외하면 다들 조금의 피도 흐르지 않았으니까. 드워프는 대지와 별빛의 힘으로 홀로 태어나 광물을 깨고 나오는 생명체였고, 종족 특성상 그다지 공동체를 이루지 않았다. 지금 라테스란이 어엿한 공동체 안에서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으로 자란 것부터가 성장의 특이성과 천성 문제가 뒤섞여있을 터였다.
청년에게 있어서 가족이란 마음의 문제였다. 커다란 애정과 그를 뒷받쳐주는 존중, 책임. 그리고 상호의 합의만 있으면 가족이 될 수 있었다. 라테스란은 드워프로 태어나 인간 부모님에게 거둬졌고, 당나귀 드워프 남동생과 인간 여동생을 가졌다. 드래곤인 에센티아도 인간인 디코도 라테스란에게 있어서는 그냥 가족이나 마찬가지였고, 그 외에도 세피로트의 다른 아이들도 하염없이 사랑스러웠다. 상호의 합의가 없었기에 깔끔해졌을 뿐.
너는 언제든지 나를 떠나도 돼. 나만 소중해서 놔 줬어. 그 모든 말들이 얼마나 아프고 속상한지 노바는 아마 모르겠지. 차마 그러지 말라고 얘기할 수도 없었다. 그건 노바의 생존방식이었고 20년이 넘는 생활동안 굳어져 온 하나의 삶이었다. 섣부르게 더 말을 건낼 수는 없었다. 노바는 영리했기에 라테스란의 말을 못 알아들었을 리 없었다. 다만 그의 방식을 그냥 유지할 뿐.
"......난 어디 안 가."
그래서 청년이 할 수 있는 말은 이 정도밖에 없었다.
"난 내가 있는 자리에 계속 있을 테니까. 형이 필요하면 그냥 찾아 와, 노바노바."
청년의 집에서는 늘 향긋한 꽃이나 맛있는 음식 냄새가 났다. 소중하게 관리해서 어떤 손님이 오더라도 환영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제 남동생의 얼굴을 빤히 응시하던 라테스란이 조금 웃어버렸다. 말로 납득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은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을 알고 있기에.
* 아 선생님 노바가요... ... . . ., . ,. (눈물로 홍수를 이룸..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