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tasy/Lattelan

4일, 몬테, 약속

별빛_ 2018. 2. 4. 15:39



 소년은 일단 게를 사 왔다. 꽤 힘든 여정이었다. 상점에서 나메호아와 교환해준다고 했지만 나메호아가 잘 나오질 않았으니 별 수 없는 일이었다. 일단 원래 가지고 있던 나메호아를 사용했다.



 라테스란은 게장 레시피를 몇 번이고 들여다보며 한참을 고민했다. 사실 몬테에게 부탁받은 순간부터 라테스란은 열심히 게장을 만들고 있었다. 그들이 읽은 4장의 레시피에다가 개인적인 해석, 미라에게 도움까지 청해서 만든 게장은 보기에 그럴듯하게 보였다. 시간이 지나고 제대로 숙성된 것 같고. 소년은 제대로 숙성된 게장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게 하나를 꺼내 입에 넣었다. 간장 소스 덕분인지 꽤 짭쪼름하고 감칠맛이 났다. 흰 귀가 여러 번 까딱였다. 이래서 밥이랑 같이 먹는 거구나. 소년은 깨달음을 얻고 고개를 끄덕였다. 맛은 있었지만 밥이 없으면 부담스러울 것 같은 맛이었다. 


 게가 부족해서 많이 만들지는 못했지만, 더 만들면 다른 친구들에게도 가져다줘야지. 소년은 적당량만 덜어내고 나머지는 통에 넣어 냉장실에 넣었다. 일단 이것을 만들 때 제일 먼저 약속한 사람에게 줄 생각이었다. 이거 외에도 또 있는데. 라테스란은 게장을 그릇에 덜어내고 김이 올라오는 하얀 쌀밥을 퍼서 담은 뒤 가벼운 밑반찬도 준비했다. 나물무침이나 가자미튀김같은 것들. 든든하게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는 몫이었다. 


 냉면은 면을 뽑는 건 까다로웠지만 나머지는 어렵지 않았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이미 냉면 면 뽑는 방법을 익혀 뒀던 라테스란은 육수를 냉동고에 넣고 손을 탁탁 털었다. 일단 게장이 있으니 저건 저녁으로 내 줄 생각이었다. 너무 많이 먹으면 과식하게 되니까. 그리고 핫케이크...... 만들어 둔 반죽을 꺼낸 소년은 프라이팬 위에 반죽을 둥글게 살살 부었다. 타지 않고 노릇노릇하게 잘 구우면 달콤한 냄새가 났다. 여기에는 어떤 음료가 잘 어울릴까. 우유도 좋지만 티도 좋았다. 따끈한 코코아는 너무 달콤할까. 그러면 홍차? 몬테가 홍차를 좋아할까요. 라테스란은 고개를 한 번 갸웃했다.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어느 쪽이든 맛있게 먹어주면 좋을 텐데요. 쟁반에 간장게장과 밥, 간단하게 만든 다섯 종류의 밑반찬과 핫케이크를 올려놓고 부드러운 밀크티도 준비한 라테스란이 접시를 가뿐히 들었다. 일단 밥이 먼저고 간식은 그 다음이었지만 좋아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소년은 사뿐사뿐 걸었다. 

 몬테가 어디 있을까, 짧은 고민 끝에 소년은 냄새를 따라 걸었다. 몬테가 있을 장소를 향해 타박타박 걷다 보면 몬테는 금방 찾았다. 소년은 드래곤 소년을 톡톡 건드렸다. 


"몬테!"


 그 앞에 얌전히 쟁반을 내려놓으며, 라테스란이 작게 웃었다. 


"약속한 것들이에요."


 한 번 먹어볼래요? 라테스란의 가벼이 눈을 빛냈다.




(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