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미라, 탕수육
라테스란은 소녀에게 여러가지 요리를 배웠다. 예를 들자면 여러가지 한식. 그녀의 고향에서 먹던 음식들. 라테스란은 그와 비슷한 시기에 이 세피로트에 오게 된 소녀의 식생활을 걱정했고, 말을 걸게 된 계기도 그것이었다. 덕분에 친해질 수 있었지만. 그녀의 입에 맞는 음식을 만드는 일은 좀 까다로웠지만, (완전히 처음 만드는 음식들도 많았고, 조합도 낯설었다) 그만큼 라테스란의 학구열을 자극했다. 그가 만들어내는 음식 바리에이션이 넓어진 것도 미라 덕분이었다. 라테스란은 그 대가로 미라에게 어느 정도의 '한글'이라던가 '한국어'같은 언어를 배우게 되었고, 미라가 선뜻 말하기 껄끄러워하는 복잡한 회화를 가르쳐주기도 했지만. 두 사람은 지식교류가 활발한 좋은 친구 사이였다.
......음, 분명 친구 사이라고 라테스란은 생각했다.
그렇기에 라테스란은 미라가 조금이라도 덜 외로울 수 있도록 최대한 그녀의 입에 맞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먹고 싶다는 것도 구현하기 위해 힘을 냈다. 이번에 만들기 시작한 '짜장면'과 '탕수육'은 처음 듣는 음식이었다. 전자는 당장 만들기 까다롭다는 결과가 나와 후자 먼저 만들게 되었다. 라테스란은 저가 만든 세 가지 소스를 지긋하게 노려보았다. 하나는 설탕을 많이 배분해서 달고, 하나는 간장을 좀 많이 넣어서 색이 누르스름했다. 마지막 하나는 식초를 넣어서 새콤한 편이었다. 셋 다 약간 걸쭉하게 만들어서 식감은 비슷했다. 미라가 설명한 탕수육 소스가 이런 느낌인 것 같았다.
미라의 평가는 괜찮았다. 셋 다 써도 되겠다는 말에 라테의 꼬리가 자연스럽게 살랑였다. 기분좋게 좌우로 흔들리던 꼬리는 곧 얌전해졌다. 음식을 만들 때 먼지가 날리면 안 되니까. 대신 라테스란은 소스들을 각자 볼에 담고 미라가 튀김옷을 입혀 둔 돼지고기를 젓가락으로 집었다. 그녀가 잘 만든 튀김옷은 돼지고기에 잘 붙어 있었다. 소년은 가열한 기름에 고기를 넣었다. 뜨거운 기름에 닿자마자 지글지글하는 소리와 함께 거품이 확 일기 시작했다. 사방으로 조금 튀기 시작하는 기름을 응시하며 라테스란은 미라를 한 발자국 더 떨어지게 했다. 그야 피부가죽이 꽤 두꺼우니 괜찮지만 (그래서 추위도 덜 탔다.) 미라는 차원이방인이었고, 일단 인간이니까.
잘 익은 튀김을 꺼내 기름종이를 깔아 놓은 접시 위에 얹었다. 접시 위에 튀김이 수북하게 쌓이는 건 순식간이었다. 라테스란은 튀김과 소스를 번갈아서 바라보았다. 소스를 이 위에 부어서 촉촉하게 먹는 걸까, 아니면 찍어서 먹는 걸까. 라테스란은 귀를 한 번 쫑긋거리고는 접시를 미라에게 내밀었다. 황금색 눈동자가 호기심으로 반짝반짝 빛났다.
"이건 어떻게 먹는 겁니까, 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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