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tasy/Lattelan

30일, 이오와 오르, 쿠키와 반죽과 정량

별빛_ 2018. 1. 30. 18:33




 라테스란은 손가락을 몇 개 꼽아보았다. 그는 자신이 한 약속을 되도록 잊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깜박깜박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그런 경우에는 어딘가에 머리를 쿵 박고 싶어졌다.) 여하튼 타인과 한 약속은 지키는 게 미덕이었다. 라테스란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살짝 냄새를 맡았다. 타인의 위치를 파악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었다. 그렇게까지 넓지 않은 이 오르의 공간 안쪽이라면 더더욱. 라테스란이 소년의 위치를 파악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그는 가볍게 발걸음을 디뎠다. 발걸음 소리조차 나지 않는 걸음걸이가 사뿐사뿐하게 길을 내딛었다. 라테스란은 문득 타인의 냄새를 맡았다. 모르는 사람은 아니었다. 라테스란의 귀가 살짝 위로 솟았다가 잠잠해졌다. 라테스란이 찾던 사람, 이오는 오르와 함께 있었다. 손에 쿠키를 든 채로. 


 라테스란은 부드럽게 오르의 뒤쪽으로 향했다. 그녀의 꼬리가 한 번 흔들렸다가 얌전해진것을 보아 라테스란의 접근을 눈치챈 게 분명했다. 이오는 아직 모르는 모양이었지만. 드워프의 귀가 한 번 쫑긋였다. 두 사람의 대화는 멀리서도 어느 정도 들렸다. 

 

 사랑스러운 얼굴로 오르에게 쿠키를 건내는 이오를 보며, 라테스란은 아주 잠깐 고민했다. 말을 걸까, 말까 따위의 그런 고민. 하지만 이오의 말을 듣자니 오르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서, 라테스란은 결국 몸을 숙이고 오르의 귀에 작게 한 마디를 속삭였다. 


"오르 님, 이오가 정말로 열심히 만들었답니다. 이오가 거의 다 만들었어요."

"라테스란."


 오르와 이오가 동시에 소년을 바라보았다. 시선을 한몸에 받은 라테스란이 허리를 반듯하게 펴고 엷게 웃었다. 그는 어제 열심히 쿠키의 모양을 만들던 이오의 모습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처음 만드는 일이니 당연히 서툴렀지만, 둥글게 만들기 위해서 손을 움직이던 모양새라던가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며 조금 풀이 죽은 모습도. 엉성한 모습이어도 맛은 뛰어났다. 라테스란은 열심히 노력하던 이오의 태도를 높게 쳤다. 애초에 연하의 어린아이에게 지나치게 무른 성정이기도 했지만, 이오는 충분히 귀여운 소년이었으니까. 

 더군다나 쿠키 반죽은 미리 만들어두었지만 애초에 만들기 간편한 쿠키 만들기에는 모양을 잡는 쪽이 전부였다. (라테스란은 그리 생각했다.) 이오가 다 만들었다는 말도 맞았다. 라테스란이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온화한 시선으로, 그는 느릿하게 말했다. 


"대화에 끼어들어서 죄송합니다, 오르 님. 이오. 이 말은 하고 싶어서요."


 이오를 만나러 왔습니다. 그 쿠키를 만들면서, 다음에는 반죽 만드는 법도 가르쳐 주겠다고 말했던 터라. 라테스란은 얌전히 말했다. 오르와 이오가 잠깐 시선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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