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다
어쩌지. 아저씨한테 뭐라고 말해야 할 지 전혀 모르겠어.
유채는 아침일찍 집에서 나서 늦게까지도 들어가지 못하고 쭈그리고 앉아 고민했다. 유채는 내가 어땠으면 좋겠어? 부드럽게 돌려 말한다의 ㅂ자도 모르는 직설적인 질문은 소녀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기회란 이토록이나 갑작스럽게 쥐여지는 것이었던가? 여기서 아저씨를 아빠라고 불러도 괜찮아요? 하고 물어보면 아저씨는 아빠가 되는 걸까? 그럼 나는... 가족이 생기는 걸까? 이렇게 쉽게? 이렇게 간단히?
어린 유채는 혼란에 빠졌다. 어? 이래도 괜찮아? 아저씨 괜찮아요? 내가 과거로 돌아간다면 아저씨 나랑 나이 차이가 몇 살 안 날 텐데? 아홉 살? 열 살? 고작 그 정도로 어린 딸이 있어도 괜찮아요? 나는 아빠랑 엄마가, 가족이 있었으면 하는데? 힘들고 슬플 때 그냥 우앙 우는 게 아니라, 아빠나 엄마를 찾으면서 울고 싶은데? 아저씨를 생각하며 아빠라고 부르며 울어도 나는 이제 괜찮은 거에요? 아저씨는 책임질 수 있나요? 나를 사랑해줄건가요? 지금 그만큼 나를 사랑해서 그렇게 간단히 말한 건가요? 정말요? 몇 번이고 되묻고 확답을 듣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저씨는 무슨 생각으로 말한 걸까? 진심일까? 아니면 그냥 해 본 말일까. 그냥 해 본 말인데 내가 덥석 아빠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면 아저씨가 싫어하지 않을까??
소녀의 조그마한 머리가 터질 듯 복잡해졌다. 하릴 없이 고민하며 헤매고 있는 소녀의 어지러운 심정 따위, 집에서 유채가 늦네 따위의 한가한 생각이나 하고 있는 강산은 먼지만큼도 몰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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