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kemon/Ram

근성의 이야기 6

별빛_ 2021. 1. 19. 00:30

여섯 번째. VS 거다이라프라스 

 

 

 

"그리고 여기서... 거다이라프라스를 내보내시네요, 선생님이."

 

  소녀가 화면을 조용히 짚었다. 대지를 잠재우고 바다를 불러올 거대한 라프라스가 화면에 다 들어오지도 않을 만큼 꽉 차있었다. 화면을 내려다보던 속눈썹이 곧 하늘을 향했다. 동일 타입 트레이너라면 겹치는 포켓몬 따위 몇 있기 마련이었고, 람에게도 선생님이나 넬로와 중복되는 포켓몬이 몇 마리 있었다. 그 중 하나. 거다이맥스를 하는 아이들은 다들 라프라스였다. 거대한 섬의 왕마저도 이겨낼 수 있는, 강인한 물의 괴수. 

 

"라프라스. 부탁할게요."

"라아아♪"

 

  외로움 타는 성정의, 그러나 그만치 상냥한 라프라스가 부드럽게 울음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거다이맥스를 할 수 있는 유일한 포켓몬이라는 이유로 배틀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를 무리시키는 게 아닐지, 람은 늘 신경 쓰고 미안해 했다. 라프라스가 생각하기에 자신은 배틀을 그렇게까지 싫어하진 않으니 트레이너의 걱정은 괜한 걱정이었지만...... 홀로 있으면 금방 쓸쓸해지는 포켓몬은 트레이너의 관심과 사랑을 기꺼이 독식하기로 했으니, 람의 걱정을 풀어줄 마음은 그다지 없었다. 크고 촉촉한 머리를 트레이너에게 가볍게 보비작거리며 라프라스는 즐겁게 울었다. 

 

  엠페르트도 샤미드도 미로슈도 가장 강한 물 포켓몬을 꿈꾸며 자신을 단련하는 타입이고, 골덕이나 플로젤은 주인 말만 잘 들으면 자다가도 오랭열매가 떨어진다 굳게 믿으며 주인을 쫄래쫄래 쫒는 타입이었다면, 라프라스는 한 발자국 뒤에서 그런 포켓몬들의 등을 토닥여주는 역할이었다. 스스로도 모두에게 감사받고 사랑받을 수 있는 그런 제 역할을 싫어하지 않았지만, 특별한 힘으로 특별해져 당신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역할 역시도, 좋아했으니까. 

 

 

 

 

"라프라스, 다이어택!"

"다이월로 방어하자, 아리아!"

 

  두 마리 거다이맥스 라프라스의 싸움은 그야말로...... 그야말로 해일의 싸움이었다. 배우고 있는 기술은 거의 유사하지만, 아리아는 다이썬더를, 라프라스는 다이어택을 배우고 있었으니 엄밀히 따지자면 람이 한결 불리했다. 역시 무지카 선생님. 소녀는 그 상태에서 작게 눈을 굴렸다. 어떻게 공략해야 이길 수 있을까. 사실 거대한 라프라스들은 한 번씩 기술을 공유한 다음 한 템포 쉬고, 다시 한 번......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좋을까. 둘 다 자신이 거대해진 만큼 속도를 잃었고, 그만한 체력을 손에 넣었으니 묵직한 한 방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거라는 확신 아래 회피를 아예 포기하고 과감하게 맞거나 슬쩍 방어하며 완벽하게 맞대응하고 있었다. 물론 이 쪽이...... 훨씬 약했지만. 틈틈히 라프라스에게 카레를 먹여주며 람은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냈다. 날씨가 덥진 않지만 벌써 다섯 번 째 포켓몬이다. 포켓몬 뿐만 아니라 트레이너에게 기력을 상당히 많이 뺏었다. 

 

  더군다나 이제까지 내내 물 포켓몬들의 공격이지 않았던가. 물기와 습기로 가득 찬 이곳은 마치 수중동굴 같았다. 분명 폭포 옆 호수라는 탁 트인 공간이었는데도! 

 

  소녀가 즐겁게 웃었다. 조금 더, 아무리 힘들고 지쳐서 쓰러질 것 같더라도 조금 더 이 배틀을 즐기고 싶었다. 스스로가 이뤄낸 포켓몬들의 성장을 자신도 조금 더 보고 싶었으니까. 

 

"라프라스, 전심전력 온 힘을 다해서, ......다이스트림!"
"어머나♬ 후후. 그럼 아리아, 이쪽도... 똑같이 맞받아쳐주자, 다이스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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