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kemon/Ram

휴식의 이야기 (+ 칼라무스)

별빛_ 2021. 1. 15. 19:33

 

"잘 봐요!"
"알았어, 알았어!"

 

  뾰로통한 후배, 라무의 대답에 람 역시도 새초롬한 표정을 지었다. 둘 사이에 낀 칼라무스는 조금 곤란한 표정으로 서 있었지만. 샤론의 심부름으로 후배들에게 배틀 시범을 보여달라는 말은 칼라무스와 예전에 했던 약속까지 작게 엮여 두 사람의 배틀 시범이 되었다.

  정진정명 서로가 어떤 카드를 낼 지 전혀 모르는 상태로 신나게 격돌하는 배틀과 달리, 이번에 보여줘야 할 것은 시범이다보니 처음부터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어떤 포켓몬을 쓸까,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을까 상의까지 했다. 최대한 많은 기술을 보여주고, 최대한 시범이 될 수 있는 배틀을 보여주자. 람과 칼라무스가 타협한 결과 사용할 포켓몬은 한 마리. 운동장에 나란히 선 소녀들이 몬스터볼을 손에 쥐었다. 

 

"골덕!"
"루리나."

 

  필드에 두 마리의 포켓몬이 섰다. 한 쪽은 푸른 몸체의 골덕이고, 다른 한 쪽은 어둡게 빛나는 킬가르도. 순수한 물 타입과 강철, 고스트 복합 타입이니 상성 차이는 없었다. 

 

"지금은...... 대련이지만...... 내보내자마자 배틀 명령을 하는 경우도, 많아......"

"물론 그건 트레이너마다 다르지만요. 스스로 배틀을 해 보고 성향을 정하면 될 거에요."

"앞으로 특수기랑, 물리기랑, 방어기...... ......여러가지 기술을 섞어서 쓸 거야."

"그게 어떤 느낌인지 잘 파악해보고, 어떤 결과도 이끌어내는지 눈으로 확인해보세요."

 

  두 트레이너가 지켜보고 있는 어린 후배들에게 짧게 설명하고 서로를 응시했다. 준비됐나요? 응. 분홍빛과 푸른빛 시선이 짧게 교차했다. 그리고 제 포켓몬들을 응시하며 외쳤다. 

 

"칼춤!"
"파도타기에요!"

 

  킬가르도의 칼날이 번쩍임과 동시에 골덕이 푸르스름한 파도를 불러냈다. 빙글빙글 돌며 칼춤을 추는 킬가르도의 눈빛이 점점 매서워졌다. 골덕의 발밑에서 일렁이던 파도는 점점 거대해졌다. 끝내 넓게 펼쳐진 골덕의 파도가 킬가르도를 휩쓸어버리기 전에, 느릿하게 타이밍을 읽던 칼라무스가 외쳤다.

 

"루리나, 베어가르기!"

"다이빙으로 휩쓸어요, 골덕!"

 

  칼춤으로 강력해진 베어가르기가 파도를 싹둑 잘라버렸다. 급소를 향해 찔러오는 베어가르기를 아슬아슬 피하며, 양쪽으로 나뉘어지는 물길 중 하나를 몸에 두르고 골덕이 날렵하게 다이빙으로 기술을 회피했다. 기실 다이빙도 공격기술이기는 하지만... 필드가 물이 있는 필드가 아니면 쓰기 까다로우니 이렇게 쓰는 모습을 보여줘도 괜찮겠죠. 두 사람이 타협했던 내용 중 하나였다. 상대에게 뚜렷한 데미지를 넣지 않은 상태로 매섭게 대치하는 두 포켓몬을 응시하며 람과 칼라무스는 또 시선을 교환했다. 어깨에 조금 힘을 빼고, 다시 후배들을 쳐다봤다는 뜻이었다. 

 

"방금 쓴 파도타기도 다이빙도 보다시피 물 타입 기술이에요. '비전머신' 이라는 기술머신으로 대부분 배우는 기술인데, 실제로 공격기술 말고도 여러 물가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기술이죠."

"루리나의 칼춤은... 공격 기술을 더 날카롭게 만드는 변화기야... 다음에 쓴 베어가르기를 강하게 만든 거지."

 

  변화기를 잘 쓰면... 여러 기술의 위력을 더 올리거나 내릴 수 있어서... 재미있어. 특히 킬가르도는... 심리전으로 이것저것... 할 수 있어서. ...재밌지. 

  음~ 그 뿐만 아니라 폼체인지까지 하는 킬가르도에 비해 골덕은 꽤 심심해보일 수 있지만... 폭넓은 기술을 배울 수 있어요. 물 타입 뿐만 아니라 에스퍼, 노말, 격투, 얼음, 땅에 고스트, 악타입까지 두루두루 배울 수 있는 것도 장점이고요. 

 

  물론 우리 애는 대부분 물이지만! 이라는 단어는 속으로 삼킨 채 람이 눈앞의 칼라무스를 마주보았다. 그럼 이제 또 배틀을 이어가볼까요? 눈으로 묻는 소녀의 물음에 칼라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계속하자. 분홍빛 눈이 의미를 담아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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