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tasy/Harioti Lop

골렘과 대련

별빛_ 2019. 2. 14. 03:25




"그! 그럼, 잘 부탁해요."

"싸우는 건 하리오티인걸요."

"봐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어요."


 하리오티가 수줍게 웃었다. 햇빛 아래 밀밭같은 색 고운 머리카락을 가진 학당의 벗은 한 번 고개를 기울였다가 얌전히 끄덕이고는, 그녀의 대련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멀찍히 떨어진 자리에 앉았다. 하리오티는 몇 번이고 해나가 안전한 곳에 있는지, 혹시 조금이라도 다치지 않을지 몇 번이고 염려하여 해나가 있는 자리를 돌아보았다. 제 바로 앞에 서 있는 집채만한 골렘에게는 별 걱정도 하지 않는 모양새였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다지 걱정하지 않았다. 해나의 안전을 느즈막히 확신한 뒤에야 하리오티는 골렘을 올려다보았다. 

 오늘은 컨디션이 좋았다. 새벽부터 생일인 걸 들켰고─안 말했는데 어떻게 알았지? 하리오티는 사르힌을 새삼 신기하게 생각했다.─덕분에 선물과 축하를 잔뜩 받았다. 오늘은 소녀에게 있어서 제일 행복한 날 중 하나였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축하한다 이야기 듣는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그렇기에 소녀의 입가에는 가벼운 미소마저 떠오른 상태였다. 6년 전 이 학당에서 방학을 맞은 그 순간부터 소녀는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에게 훈련을 받았다. 아티팩트로 시작한 궁술부터 시작하여 창술, 검술, 간단한 호신술까지. 온갖 것들을 철저하게 배운 뒤에는 2년동안 여행을 다니며 온갖 것들과 대응하는 법을 배웠다. 떠돌아다니는 흑마법사,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몬스터들, 상상하지도 못했던 각종 사고들. 소녀는 약점을 노리는 방법과 가장 합리적으로 싸우는 요령을 익혔다. 이 2년은 센스의 영역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1년은 기사단의 견습으로 머물며 또다시 수련. 소녀의 6년은 강철을 두드리는 것처럼 힘겨웠으나 망치질을 제대로 견뎌낸 소녀는 이미 숨쉬듯 전투에 익숙해진 상태였다.


 골렘의 주먹질을 점프 한 번으로 피해 가볍게 바윗덩이의 머리 위에 내려앉으며 소녀는 검을 뽑았다. 가장 자신있는 것은 활이었으나, 이정도로 가깝게 거리가 좁혀진다면 소녀는 활보다는 다른 방식을 골랐다. 아티팩트를 둔기처럼 사용하던 것은 6년 전의 이야기. 익숙해지기만 하다면 둔기보다는 날붙이 쪽이 확실했다. 노랗고 녹빛의 색 다른 눈동자가 예리하게 벼려졌다. 


 오른쪽 팔, 왼쪽으로 이어져서 위로, 다음은 내리찍기. 골렘의 전투방식은 생각하며 움직이는 몬스터나 흑마법사에 비해 몹시 단조로웠다. 물론 몸체가 어지간한 몬스터보다도 단단하다는 단점이 있었으나, 연결부가 뚜렷하고 입력된 방식으로만 움직인다는 점에서 골렘은 그다지 그녀의 적수가 아니었다. 물론 감정이 없어서 신성마법이 통하지 않기에 사하라의 살라만드라같은 강력한 골렘이 상대라면 조금 곤란해지겠지만...... 그런 골렘이 흔한 것도 아니고요.

 한 대 맞기만 하면 장정도 버티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일격이 아슬아슬하게 날아다녔지만, 소녀는 그다지 동요하지도 않는 얼굴로 우아하게 그것들을 피했다. 각도나 공격궤도상 피하기 곤란한 공격은 검으로 받아 빗겨냈다. 소녀의 검은 비교적 얇지만 부러지지 않을 정도로 잘 휘어졌고, 꽤 길었다. 부족한 건 근력과 센스로 보충했다. 가느다란 팔과 검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힘으로 소녀는 골렘의 힘을 받아 흘려내며 그 팔 위로 올라탔다. 

 골렘은 무엇보다 약점이 뚜렷한 물체였기에, 하리오티는 별 망설임도 없이 팔을 타고 올라가 약속의 말의 양피지가 들어있을 머리를 검으로 베어 날려버렸다. 양피지가 찢기자마자 골렘은 곧장 기동을 멈췄다. 


 앗, 맞다. 이건 대련이었는데...... 그제서야 조금 상식적인 방향으로 이성을 되찾은 하리오티가 골렘의 위해서 폴짝 뛰어내리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냥 행동불능만 시키면 되었는데, 곤란하게 되었네요. 살짝 쩔쩔매던 소녀는 고개를 돌려 해나가 있는 방향을 응시했다. 그리고 곧장 조금 수줍게 미소지었다. 해나가 보아주어 마냥 기쁘다는 미소였다. 방금 전까지 차분한 표정으로 골렘의 머리를 날리던 기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수줍은 모양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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